2차전지 소재 생산력 광폭 확대…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포스코케미칼 세종 음극재 2공장 / 커지는 전기차 시장 선제 대응 / 세종 산단에 축구장 13배 크기로 조성 / 1단계로 음극재 연간 2만t 생산 눈앞 / 2022년 123만대에 배터리 공급량 가능 /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 / 인조흑연 맞먹는 천연흑연 음극재 개발 / 업계 첫 스마트팩토리… 효율성 25% 향상 /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0% 목표

포스코케미칼이 2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재 생산능력을 대폭 증강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한다. 2차전지 주요 소재를 국산화한 데 이어 ‘글로벌 탑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찾은 포스코케미칼의 세종 음극재 2공장은 무사히 준공을 한 뒤 시험가동이 한창이었다. 1단계 공사가 끝난 2공장은 8기의 라인에서 연간 2만t의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음극재는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과 함께 2차전지 핵심 4대 소재다.

완공된 설비는 시험가동을 마치면 11월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2공장의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서 포스코케미칼은 가동 중인 1공장을 포함해 연간 4만4000t의 음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2차전지 수요와 이에 따른 국내외 고객사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1단계 공사를 시작으로 음극재 2공장의 생산체제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의 이 같은 설비 확장은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궤를 같이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세종 첨단산업단지에 축구장 약 13개 크기인 10만6086㎡ 규모의 부지에 음극재 2공장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에 착공했다. 2공장은 이번 1단계 2만t 설비 증설을 시작으로 단계적 증설을 거쳐 2022년까지 연간 5만t의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2공장은 1공장과 비교해 생산능력이 25% 정도 증대됐다. 원료 이송부터 생산, 물류관리 등 라인 전반의 자동화율을 높이고, 스마트 관제시스템의 성능이 더욱 올라간 덕분이다.

1공장과 2공장을 더하면 연간 7만4000t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는 60㎾급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약 12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음극재 종합 생산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핵심 무기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천연흑연 음극재다. 흑연에는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이 있는데, 인조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는 충전속도가 더 빠르고, 수명도 길다. 여기에 부풀어 오르는 재료의 특성 등이 전기차 배터리에 맞기 때문에 보다 폭넓게 쓰인다. 그러나 단점은 두 배 정도 비싼 단가다. 자동차 배터리가 생산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인조흑연의 단가는 기술혁신이 더딘 탓에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케미칼이 인조흑연의 성능에 맞먹는 천연흑연을 개발해낸 것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 큰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아직 생산 초기인 만큼 전기차 제조사별로 성능을 시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검증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수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케미칼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 제품을 2공장에서 연간 3만t 규모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설비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24일 시험 가동 중인 포스코케미칼 세종 음극재 2공장 생산라인에서 정규용 음극재생산부장이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제공

정대헌 포스코케미칼 음극소재실장(전무)은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가 아닌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인 만큼 국내 2차전지와 배터리 소재 산업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인조흑연계 음극재의 사업화도 추진한다. 제조사별로 설비나 스펙 등의 문제로 인조흑연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이미 인조흑연 업체에 투자도 하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전기자동차 산업의 성장과 함께 인조흑연계 음극재 사용량이 증대하는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자회사인 피엠씨텍에서 공급받는 침상코크스 원료를 확보하고, 천연흑연계 음극재 생산으로 축적한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이미 시장 우위를 점할 경쟁력을 갖췄다.

세계 2차전지 시장 규모는 올해 258GWh에서 2025년 1154GWh까지 연평균 37% 이상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음극재 시장은 올해 천연계는 19만t에서 2025년 66만9000t, 인조계는 24만8000t에서 99만6000t으로 늘어난다.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제품 다변화와 생산능력 증대가 필수다.

이와 함께 공정혁신을 통한 사업 경쟁력도 제고한다. 2공장은 1공장 설비와 비교해 라인당 연간 생산능력을 25% 이상 증강하며 생산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건물 외부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발전으로 연 12만 ㎾h의 에너지 절감에도 나선다. 또한 업계 최초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해 원료, 반제품의 무인 이송, 자동화 물류 창고, 통합관제 센터 등을 운영한다. 높은 생산성과 안정적 품질관리로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케미칼은 2011년 음극재 사업에 진출해 국내 최초로 천연흑연계 음극재 양산에 성공하는 등 국내 2차전지 소재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소재 시장은 일본, 중국 등에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소재와 관련해 국내 제조사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오랜 투자와 기술 개발 끝에 결실을 보게 됐다.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0%, 매출 17조원을 목표로 키워 그룹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정 실장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가장 커지는 시기는 2년 뒤로 보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양극재 생산능력을 8만4000t까지 확보하고 차세대 소재 연구 등으로 화학과 에너지 소재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할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세종=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