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5·18민주화운동도 그때 당시 불법이었다.”
서울시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 담벼락을 넘어 기습시위를 벌인 진보성향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측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소속 회원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자신들의 불법 행위들이 과거 운동권 학생들의 투쟁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진연 측은 “그때(민주화운동 당시) 담을 넘었기에 민주주의가 완성됐다”며 “대학생들은 이 땅의 자주와 정의를 위해 더 많은 담을 넘겠다”고 선포했다. 공동대표 김모씨는 “기습시위를 계속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며 “그때그때 경우에 따라 기습집회가 (될 때가)있다”고 답했다.
대진연은 그동안 수시로 불법 기습시위를 벌여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대진연의 두 공동대표가 ‘민중당’ 당원으로 알려지면서 정치단체와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등 이 단체의 성격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민중당’은 통합진보당 출신들이 모여 결성한 정당으로 내란음모죄로 징역 9년형을 확정 받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 불법시위 올해만 6차례…보수단체 가장한 협박 소포도
이들의 기습시위는 올해 들어 6차례 반복됐다. 지난 4월 12일에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의원실을 기습 점거해 “반민특위 발언 나경원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붙잡혔고, 같은달 25일 강원도 춘천시의 자유한국당 강원도당 사무실에서 “친일매국 적폐 정당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김진태 의원 사퇴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다 또 붙잡혔다.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경제보복에 나서자 이들은 지난 7월 9일 서울 중구 명동의 미쓰비시 한국사무실을 찾아가 기습시위를 벌여 경찰에 연행됐고 같은달 25일에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후지TV 서울지국에서 후지TV 로고와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직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지난 18일에는 서울시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 담장을 사다리를 타고 넘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에서 미국 측이 올해 5배에 달하는 내년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했다는 데 반발하는 기습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기습시위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위를 하기위해선 시작하기 30일~2일 전 관할경찰서장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단체가 옥내에 들어가 시위할 경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주거침입)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대진연이 나 원내대표 의원실을 기습 점거했을 때 검찰은 이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에 대한 우려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이후 벌어진 기습시위에 대해 불구속 입건했고 결국 주한미군대사관저 난입 사건이 터지자 서울중앙지법은 담을 넘은 19명 중 4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의 불법행위는 기습시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서울 대진연 운영위원장 유모(36)씨는 지난 6월말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협박성 편지와 함께 흉기, 동물사체 등을 소포로 보내 경찰에 붙잡혔다. 유씨는 협박편지에서 자신을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자칭하며 “‘윤소하, 너는 민주당 2중대 앞잡이로 문재인 좌파독재 특등 홍위병이 돼 개XX을 떠는데 조심하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라고 적어 보수단체를 가장했다. 지난달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영아 판사는 유씨에 대해 보증금 1000만원(보석보증보험증권 500만원·현금 500만원) 조건으로 석방을 결정했다.
◆ 친북(親北), 반미(反美), 반일(反日)…대진연은 어떤 단체?
대진연이 출범한 건 지난해 3월이다. 대표 김씨에 따르면 대진연은 서울, 경기, 강원, 광주전남, 부산대구에 지부가 있으며지역별 대학 동아리들이 소속돼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진연 소속 동아리의 활동은 다양했다. 노래 동아리인 ‘내일’, ‘늘해랑’, ‘킥’, ‘울림’, ‘그대를 위한 노래’ 등을 비롯해 영상 동아리 ‘다시만난세상’, 사회참여 동아리 ‘해봄’과 역사 동아리 ‘시대’, ‘이음’ 등이 대진연 소속이다. 대진연은 서로 “신입회원 5명 안착운동”, “동아리 회원을 잘 챙기는 법” 등을 공유하며 각 대학의 동아리 홍보활동을 지원하고 있었다.
대진연 소속 동아리의 노래, 영상, 역사연구 등 성격과 달리 활동들은 친북(親北), 반미(反美), 반일(反日) 성향의 활동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가능성이 높아지자 진보성향단체인 ‘국민주권연대’와 함께 김 위원장을 ‘위인’이라며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을 주도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모임’을 만들어 김 위원장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 같은해 회원들은 돌아가면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측에 “통일을 위해 가만히 있으라”라고 항의전화를 걸고 그 모습을 SNS에 인증하는 활동을 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태 전 공사는 강연 일정이 취소되는 등 고통을 토로한 바 있다.
대진연의 일부 구성원을 보면 과거 통합진보당 출신들이 모여 결성한 ‘민중당’과 인연이 깊다. 대진연 공동대표인 김씨와 이모씨는 모두 민중당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중당 관계자는 “대진연 회원 일부가 당직을 가지고 있을 뿐 출범과 최근 활동들은 (대학생들)자발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중당 일부 인사가 대진연의 기자회견장 등에 나와 발언을 하고, 지난 22일 당 논평에서도 “우리가 미국의 눈치를 얼마나 살피는지 나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구속”이라며 주한미군대사관저 담을 넘은 대진연 회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등 민중당이 지원사격을 하기도 한다.
◆ 경찰 대진연 사무실 압수수색…“지원단체, 이적성 여부 살펴봐야”
대진연이 대학생 단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순수한 의사표현을 넘어 사회 통념상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고 불법 시위를 상습적으로 하는 데 대해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대진연의 상습적인 점거농성의 목적성이 친북성향과 연관될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며 “단순 주거침입으로 볼 게 아니라 어떤 의도가 있는 단발적인 전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경찰이 배후에 누가 있고 역할분담은 어떻게 한건 지, 누가 후원했는지 등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대학생의 순수한 의사표현을 넘어 만일 어떤 정치집단을 빌려서 하는 거라면 엄격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주한미군대사관저에서 발생한 불법 기습시위의 배경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22일 대진연이 사용하는 서울 성동구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평화이음’은 서울시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된 진보성향 단체다. 경찰은 사무실에서 노트북 컴퓨터와 전자기기, 문서 등을 압수해 포렌식 절차 등을 통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진연 회원들은 이날 SNS로 압수수색 현장을 생중계했고 “경찰이 깡패냐”라고 반발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겼다. 대진연은 다음날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리하게 압수수색하고 구속까지 한걸 보니 미국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며 “대학생들은 정당한 요구를 했고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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