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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후 인류유산 3건 등재… 무형유산 관심 높인 김정은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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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11 11:21:13 수정 : 2019-10-11 11: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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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참가자들이 (무형유산이 속하고, 그것의 기록을 주도하는) 공동체를 정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무형유산 보호에 실질적인 요구사항에 대한 이해는 잘 준비를 해왔다.”

 

유네스코 수잔 오게 무형유산 역량강화 퍼실리테이터가 지난해 9월 북한을 방문해 8일간 무형유산 관련 워크숍을 개최한 경험을 소개하며 내놓은 평가다. 북한 무형유산 관련 정책 담당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극도로 제한된 우리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경험담이다.

 

오게 퍼실리테이터의 발표는 오는 12일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리는 ‘2019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의 ‘한반도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공동협력’ 특별세션에서 발표된다. 포럼을 주관하는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앞서 배포한 자료집을 보면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2년 김정은 정권의 출범 이후 무형유산 보호에 관심을 보이며 관리체계를 구체화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아리랑(2014년), 전통 김장(2015년)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고, 지난해에는 남한과 함께 씨름을 공동 등재시키기도 했다. 

북한은 2014년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북한의 젊은이들 역시 무형유산에 큰 관심없다”

 

당시 워크숍은 △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무형유산의 확인과 기록이 수행되는 목록작성 △대표목록과 긴급보호목록의 등재신청서 준비의 목적 및 절차 습득 △무형유산과 지속가능한 발전 간의 관계 파악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전문가 훈련을 진행했다. 오게 퍼실리테이터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북한의 문화관습과 표현을 선택해 가상의 보호계획과 등재신청서 개요를 준비해 발표했는데 그들이 선택한 종목은 어린이들의 전통 연날리기, 황해도 가면극, 전통 한지 만들기, 제기, 전통주 제조 기술 등이었다. 오게 퍼실리테이터는 “보호계획의 목적에 대한 그들의 이해 정도는 매우 높았고, 선택한 종목이 처한 위협요인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안을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또 2008년 가입한 ‘유네스코 2003년 무형유산보호협약’의 “기본 문서들을 모두 정독했고, 무형유산 보호에 실질적인 요구사항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준비를 잘 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장한 김치의 생산 모습

그러나 무형유산에 대한 위협요소는 파악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협요소의 존재가 ‘국가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걸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게 퍼실리테이터는 위협요소의 존재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다양한 문화관습 전승의 쇠퇴를 유발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게 퍼실리테이터는 “그들이 언급한 위협요소는 다른 지역과 다를 것이 없었다”며 “무형유산은 젊은이들의 흥미를 그다지 끄는 것이 아니며,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영상 오락물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법률 제정·조직 정비…무형유산 관심 높인 김정은의 북한

씨름은 지난해 남북한 공동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사진은 북한의 씨름 모습

세션에 참가한 국내 전문가들은 무형유산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높아졌고, 실질적인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법률의 변화다.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김덕순 실장에 따르면 북한은 기존에 강조했던 유형유산(‘물질유산’) 뿐만 아니라 무형유산(‘비물질유산’)으로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문화유산보호법’을 2012년 제정했다. 2015년에는 문화유산법을 대체하는 ‘민족유산보호법’을 제정하는 데 유네스코의 무형유산보호협약의 개념과 가치를 반영한 것이었다. 김 실장은 “2012∼2018년 140여 개 종목을 국가 및 지방 비물질유산에 등록했고, DB를 구축해 80개 이상의 비물질유산 관련 사진, 동영상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관련 조직으로는 ‘비물질유산처’를 두고 있고, 목록 작성을 위해 사회과학원,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 평양미대 등과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북한이 정리한 무형유산은 “전통적으로 민중의 일상적인 삶을 반영하는 종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영정 본부장은 “2018년까지 108개에 이르는 종목을 ‘국가비물질유산’으로, 13개에 이르는 종목을 ‘지방비물질유산’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국가비물질유산’ 중에는 주몽, 을지문덕, 강감찬 등 역사 속 인물들과 관련된 전설, 강령탈춤과 북청사자탈춤 등의 전통예술, 고려인삼재배와 이용 풍습, 단청·옻칠 등의 수공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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