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자백에다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가량 옥살이를 한 윤모(52)씨가 “수사기관의 고문과 회유에 못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고 결백을 주장하면서 윤씨 사건에 대한 재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이춘재가 진범이고 윤씨가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면 선량한 시민에게 국가가 끔찍한 죄를 지은 셈”이라며 진심어린 사죄와 함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처절한 고통에 비해 보상책은 보잘 것 없다. 윤씨 사건의 재심 변호인단 구성을 주도하는 박준영 변호사가 맡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과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피해자들은 그토록 “죄를 짓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수사·재판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채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다.
◆16년 만에 받은 무죄 판결…억울한 옥살이 대가는 ‘1일 23만원’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쯤, 최모(당시 16세)씨가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에 복역을 마친 사건이다. 사건 당일,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지나던 최씨는 길가의 한 택시 운전석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유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최씨가 시비 끝에 유씨를 살해했다는 경찰 발표에 이어, 그의 옷에서 어떠한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그해 최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수감 3년이 됐을 무렵, 경찰이 진범 정보를 확인했지만 온갖 비난을 우려한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진범마저 진술을 번복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박 변호사 도움으로 2013년 재심을 청구한 최씨는 3년 후 무죄 판결로 억울함을 벗었다. 법원이 국가를 상대로 한 최씨의 형사보상 신청사건을 인용하면서, 그는 이듬해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원도 받았다. 형사보상은 구속 재판을 받다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구금 일수만큼 보상해주는 제도로, 구금 연도의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최저 일급의 최고 5배까지 보상하도록 규정한다. 최씨의 억울한 옥살이 1일에는 ‘23만여원’이 책정됐다.
최씨는 받은 돈의 5%를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에 기부하고, 진범 체포에 결정적 도움을 준 당시 군산경찰서 황상만 반장에게 5%를 전달했다. 2017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진범은 항소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물리치면서 지난해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억울한 옥살이 ‘삼례 나라슈퍼 사건’…피의자들에게 ‘11억여원’ 보상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은 임명선(당시 20세)·최대열(당시 19세)·강인구(당시 19세) 3명이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유모(당시 76세)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건이다.
세 사람이 2015년 3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억울한 사연이 널리 알려졌다. 박 변호사가 맡은 이 사건은 이듬해 법원에서 무죄로 판명났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이들은 형사보상금으로 11억4600여만원을 받았다. 임씨는 4억8400여만원, 최씨는 3억800여만원, 강씨는 3억5400여만원이 주어졌다. 각각 2008일, 1277일, 1469일간 구금됐으니,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24만1000여원 꼴이다. 임씨 등은 보상금의 10%를 선뜻 내놓았으며 △다른 재심 등에 쓰일 공익 기부금으로 4560만원(4%) △피해자 사위 가족에게 3420만원(3%) △사건 현장인 슈퍼마켓에서 잠잤던 피해자 최성자(55)씨 가족에게 같은 금액(3%)이 돌아갔다.
이 사건을 재조사했던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난해 결론지었다.
한편, 박 변호사는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2001년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무기수 김신혜’ 사건의 재심도 맡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으로, 무기수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은 김씨가 사법사상 최초다.
◆경찰 “이춘재, 8차사건 관련 유의미한 진술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화성 사건 용의자 이춘재는 최근 교도소 접견 조사에서 경찰에 8차사건과 관련한 유의미한 진술을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씨의 자백이 맞을 경우에 대비해 당시 수사에 과오가 있었는지, 수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윤모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자백받은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8차사건은 1988년 9월16일 발생했다.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 성폭행 당한 뒤 숨졌으며,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09년 감형으로 출소한 윤씨는 최근 재심 청구 의사를 내비쳤다.
박 변호사와 함께 화성사건 2차, 7차 사건 피의자의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낸 김칠준 변호사도 뜻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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