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정동일의혁신리더십] 위기 때 빛나는 리더십 승계 계획

관련이슈 정동일의혁신리더십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9-10-03 23:27:46 수정 : 2019-10-03 23:27:4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CEO 공백 대체할 후임자 없을 땐 충격 / 역량 있는 리더의 성장 여부 확인해야

9월 소비자 물가가 -0.4%로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이렇게 불황과 경제적 위기가 찾아오면 많은 기업의 리더가 물러나고 새 리더십이 조직을 이끌게 된다.

이를테면 지난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때에는 많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물러났다. 특히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부실 투자로 회사 순이익이 무려 57% 격감한 씨티그룹의 CEO 척 프린스, 같은 이유로 8조원이 넘는 금액을 손실 처리한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150년 전통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파산기업으로 만든 리처드 펄드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시 미국의 경영계가 새삼 주목하게 된 이슈가 하나 있다. 바로 CEO 승계계획이다. 스타 CEO였던 척 프린스와 스탠리 오닐의 갑작스런 사임은 분명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충격은 두 CEO가 물러난 후 이들을 대체할 마땅한 후임자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닐이 갑자기 사임한 직후 메릴린치는 그를 승계할 적임자가 없자 고육지책으로 이사회 멤버인 앨버트 크리비오를 그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크리비오 앞에 달린 타이틀은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이 없는 임시이사회 의장이라는 것이었다. 이때 생긴 리더십 공백으로 메릴린치는 결국 이듬해 9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회사였던 씨티그룹도 프린스의 갑작스런 사퇴 후 적당한 CEO 후계자가 없어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비크람 팬디트가 차기 CEO로 임명되기까지 한 달이 넘도록 최고경영자 없이 위기와 맞서 싸워야 했다.

반대로 CEO 승계계획을 포함한 조직 내부의 리더십 개발계획이 아주 체계적이며 전략적으로 이뤄져 유사시에도 경영 공백 없이 조직을 잘 이끄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맥도날드이다. 맥도날드의 CEO였던 짐 칸탈루포는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찰리 벨을 신임 CEO로 두 시간 만에 선정해 주주와 직원을 안심시켰다.

스티브 잡스도 췌장암에 걸려 투병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준비했던 것이 CEO 승계계획이었다. 잡스는 자신의 부재 시 애플을 이끌어갈 CEO 후보로 팀 쿡을 선정하고 많은 권한을 위임하며 경영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잡스가 쿡에게 해주었던, “내 눈치를 보지 말고, 무엇이 옳은 일인지 고민해 당신만의 경영을 하라”는 마지막 조언은 CEO 승계계획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준다.

이렇게 위기 시 더욱 빛을 발하는 승계계획은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의 경영환경에 더욱 필요한 조직 역량이다. 하지만 승계계획이 전혀 없거나 체계적이지 못한 기업이 많아 불안하다. CEO 후보뿐만 아니라 회사의 핵심 사업부를 이어받아 리더십 공백 없이 잘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조직이 위기에 빠지는 순간 현금 흐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위기를 헤쳐 나갈 리더의 존재 여부이다. 나의 회사 리더십 파이프라인에 역량 있는 리더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