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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의세상보기] 셰어하우스가 현실적 선택지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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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30 22:40:01 수정 : 2019-09-30 22: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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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공동체 생활 장점 / 대학생들 주거 양식으로 부상 / 선진국의 시행착오 거울 삼아 / 우리 정서 맞는 모델 모색해야

며칠 전 인근 대학가의 원룸촌(村)을 지나가는데 ‘셰어하우스 임대’라는 작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제 대학가에 싱글 라이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원룸의 뒤를 이어, 싱글 라이프와 공동체적 생활양식의 장점을 결합한 셰어하우스가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대학가 주변에 원룸이 대세를 이루기 전까지는 하숙이 부모를 떠나 유학을 감행한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주거양식 중 하나였던 기억이 난다.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의 맛깔스러운 손맛은 대학생들이 어느 하숙집을 선택할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건 아니었던가.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일종의 ‘밥상 공동체’적 특징을 보유했던 하숙은 ‘나만의 공간에서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은’ 신세대의 등장과 이런저런 세태 변화에 힘입어 원룸에 자리를 내주고 서서히 사라져간 듯하다. 이제 다시금 셰어하우스가 등장하기 시작했음은, 사생활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는 원룸의 장점과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한 공동생활의 장점을 결합한 신선한 양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할 것이다.

우리네 셰어하우스는 미국식 및 유럽식보다는 일본식에 보다 가까울 것 같다. 18세가 지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규범으로 정착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자 개인별로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맞추어 룸 메이트나 하우스 메이트를 구해 주거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곳에서는 하우스든 룸이든 함께 살아갈 친구나 파트너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공동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을 거쳐 공동의 생활양식을 실천하는 데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규칙(룰)을 당사자끼리 상호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반면 일본식은 ‘비즈니스형 셰어하우스’라는 명칭에 걸맞게 셰어하우스 소유주가 함께 거주할 메이트를 모집하고, 셰어하우스 운영 및 관리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일본 셰어하우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셰어하우스 규모는 작은 단독주택에서부터 비교적 큰 규모의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일반 싱글의 ‘따로 또 같이 생활하기’를 위한 셰어하우스부터 노인 간호 및 요양을 위한 셰어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셰어하우스의 목적도 다양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동서양을 아우르며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싱글 인구의 증가가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현대인은 생애주기를 지나가는 동안 다양한 싱글 지위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혼 자체를 선택하지 않는 비혼(非婚) 싱글이 있는가 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한 후 결혼하기 전까지의 일시적 싱글도 있고, 이혼 혹은 재혼 후 싱글로 돌아온 ‘돌싱’도 있고 성별 평균수명의 차이로 인한 사별 후 싱글도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반드시 싱글 단계를 거치게 되는 상황에서 셰어하우스가 하나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음은 일면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미국의 셰어하우스 연구에서는 이혼 후 싱글 여성과 사별 후 싱글 여성이 미혼모와 함께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며 미혼모의 자녀를 돌보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서 일본의 경우 서구와는 달리 비즈니스형 셰어하우스가 성행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 이유로는 일본인 특성상 젊은 시절부터 낯모르는 타인과 함께 생활해본 경험이 희소하다는 사실이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를 공유할 메이트를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낯모르는 타인끼리 주거를 공유할 경우, 운영 혹은 관리상의 번거로움도 크고 예기치 않은 난관을 경험할 확률도 높은 만큼, 이를 해결해주는 대행기관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가족문화 및 조직문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는 비즈니스형 셰어하우스가 한국에서도 환영받으리란 생각이 든다.

문제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무리없이 공동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과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셰어하우스 생활을 통해 프라이버시도 지키면서 공동생활의 강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셰어메이트에 대한 신뢰와 상호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설득을 얻고 있다.

나아가 셰어메이트 사이의 관계의 질(質)을 둘러싸고도 진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곧 셰어메이트가 가족을 대신할 만큼 나의 삶에서 소중한 존재이자 필요할 때 의지할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셰어메이트는 어차피 혈연을 나눈 가족은 아니기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신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주거양식으로서의 셰어하우스가 주를 이룰 테지만, 향후에는 초고령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서구식 실버타운을 대체할 치유형 셰어하우스의 활성화도 고려해봄직하다. 개개인의 차별화된 욕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 서구식 실버타운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치유형 셰어하우스는 기존 실버타운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공동생활의 강점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수요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의 셰어하우스는 선진국의 경험 및 시행착오를 거울로 삼되, 한국의 가족문화 및 인간관계의 특성에 뿌리내린 우리 몸과 우리 정서에 잘 맞는 셰어하우스 모델을 진지하게 모색해보길 희망해본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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