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지구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개미꽃등에는 곤충에 정말로 관심이 있지 않고서는 평생 한 번 보기는커녕 들어보지도 못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다소 생소한 곤충이다.
꽃등에는 그 이름에 ‘꽃’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볼 때 꽃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정말 그렇다. 성충 꽃등에들은 파리 중에서 가장 많이 꽃을 찾아다니는 곤충이다. 대부분의 꽃등에 성충은 꽃에서 제공하는 꿀과 꽃가루에 의존해서 살아가지만 유충 때의 생활은 얘기가 달라진다. 어떤 꽃등에 유충은 지저분한 물속에서 유기물을 먹고 살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식물에 해를 끼치는 진딧물을 잡아먹어 고마운 곤충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반대로 작물의 알뿌리를 먹고 살아 해충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개미꽃등에 성충은 큰 눈에 복슬복슬한 털이 빽빽하게 뒤덮인 동글동글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항상 풀숲 사이를 낮게 날아다니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전의 주인공은 역시 유충이다. 개미꽃등에 암컷은 풀숲을 날아다니며 개미집을 찾아다니다 적당한 곳을 찾게 되면 개미집 입구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최대한 빨리 개미집 속으로 기어가 개미와의 생존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개미들은 개미꽃등에 유충에서 분비되는 페로몬에 속아서 이 요상한 침입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깜깜한 개미굴 속에서 눈으로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의 눈이 되는 것은 더듬이를 통해서 받아들여지는 화학적 신호이다. 개미꽃등에는 그걸 정말 기막히게 이용해 살아가는 곤충이다.
척추동물보다 다양성이 훨씬 뛰어난 곤충 세계에서는 어떻게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삶의 한 방식이다. 살벌한 생태계 내에서 살아가기 위해 나름대로 작은 ‘틈’을 발견하고 거기에 훌륭하게 적응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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