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온라인음원 유통플랫폼 ‘멜론’의 전 운영사 대표가 음원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182여억원의 저작권료를 빼돌렸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저작권료 부당 정산’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음악계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검사 김봉현)는 과거 멜론을 운영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신모(56) 전 대표이사와 이모(54) 전 부사장, 김모(48) 전 정산담당 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전날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동결제 등으로 멜론에 가입했지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은 회원들의 이용료가 저작권자들에게 배분되지 않도록 정산 방식을 변경했음에도 저작권자들에게는 배분되는 것처럼 속이거나, 자신들이 설립한 가상의 음반사를 저작권자로 등록해 회원들이 해당 음반사의 음악을 다운받은 것처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2009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182억여원의 저작권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저작권자들에게 지급되는 저작권료가 줄어들수록 멜론의 수익이 커진다는 점을 이용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음악저작권은 크게 작곡·작사가 등이 보유하는 ‘협의의 저작권’과 함께 가수·연주자 등이 보유하는 ‘실연권’, 음반제작자가 보유하는 ‘저작인접권’으로 구분된다. 멜론은 회원들로부터 받은 이용료 중 저작인접권료로 35~40%, 저작권료로 5~10%, 실연권료로 2.5~5% 정도를 지급하고, 나머지 45~57.5%를 수익으로 취득해왔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10년 1월 저작권료 정산 방식을 전체 회원의 저작권자별 이용률에 따라 멜론의 매출 총액을 배분하는 ‘점유율 정산 방식’에서 각 회원의 저작권자별 이용률에 따라 해당 회원의 이용료를 배분하는 ‘개인별 정산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미이용자들의 이용료는 정산에서 제외하도록 했지만 이러한 사실을 저작권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저작권자들이 미사용자 이용료를 정산해주는지 문의할 것에 대비해 회사 차원의 대응방안까지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원래 개인별 정산 방식은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워 점유율 방식으로 해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멜론에 ‘중도해지자 환불 관련’ 시정권고를 내리자 이를 계기로 미사용자 이용료 부분을 정산에서 제외하기 위해 개인별 정산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저작권료를 빼돌리기 위해 가상의 음반사까지 설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 씨 등은 2009년 1월 ‘LS뮤직’이라는 이름의 음반사를 저작권자로 등록하고, 이미 발표된 지 오래돼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클래식 곡을 자신들이 저작인접권을 갖는 곡으로 등록했다. 검찰은 이들이 매월 저작권료를 정산하기 전, 해당 곡들을 멜론의 특정 상품 가입자에게 무료로 선물하고, 가입자들이 해당 곡을 다운받은 것처럼 허위 이용기록을 만들어 41억여원의 저작권료를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입자들에게 선물을 받았다는 내용이 표시되지 않도록 조작하고, 이후에는 관련 자료를 삭제조치 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검찰 수사결과로 제기된 의혹들이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음악계와 관련 산업계에는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6월 검찰이 멜론을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 보도된 이후 입장문을 통해 “저작자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당한 부분이 하나라도 확인된다면, 단호한 대응으로 모든 횡령분을 환수함은 물론 응당한 추가 조치를 통해 저작자들이 본 사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알릴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음악인 노동조합 ‘뮤지션 유니온’의 이씬정석 위원장은 “(멜론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저작권료를) 편취한 것에 대해 검찰 수사로 밝혀지지 않았다면 계속 모르고 넘어갔을 상황이란 것이 개탄스럽다”며 “앞으로 음원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작자가 자신의 음원 스트리밍 횟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멜론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 측은 “멜론이 SK텔레콤 자회사로 서비스되던 시절의 문제이긴 하지만, 피해액이 확정되는 대로 선제적인 차원에서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예정”이라며 “한편 카카오 역시 피해자이므로 차후 구상권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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