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섬나라다. 본토인 혼슈(本州)는 세계에서 7번째 큰 섬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다음으로 크다. 섬나라이기 때문일까, 주변 바다를 모두 제 것이라고 한다. 200해리 기준을 적용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은 448만㎢에 이른다. 88만㎢인 중국보다 5배 크다.
일본 바다는 왜 이렇게 넓은 걸까. 그것 역시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가는 곳마다 “일본 땅”이라며 깃발을 꽂은 탓이다. 요나구니(與那國)섬. 최서단인 이 섬은 대만에 바짝 붙어 있다. 최동단인 미나미토리(南鳥)섬. 태평양 한가운데에 좌초한 배처럼 떠 있는 섬으로, 본토와 너무 멀어 EEZ를 원으로 따로 그린다. 최남단을 이루는 암초섬 오키노토리(沖鳥)는 필리핀 해역에 있다. 일본은 이 섬을 1931년 일본제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한다. 이 섬도 과거에는 일본 땅이 아니었다.
1987년 벌어진 ‘콘크리트 사건’은 유명하다. 오키노토리 암초가 사라질까 걱정한 일본은 콘크리트 보강 공사를 했다. 중국은 아직도 이 섬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본이 포기할까. 그럴 리 만무하다. 포기하는 순간 엄청난 천문학적인 이익이 증발하고 말 테니.
그런 일본에 암초 하나가 사라졌다. 일본 홋카이도 북쪽 끝에 붙은 ‘에산베 하나키타’ 소도. 홋카이도 본섬에서 약 500m 떨어져 있는 암초다. 2014년 일본의 영해 기점으로 삼아 이름을 부여한 158개 섬 중 하나다. 1987년 만해도 1.4m 높이로 해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해도에도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섬이 사라졌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조사한 결과, 일본 해상보안청은 그제 “섬이 보이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섬이 있던 자리에는 너울만 일렁이고 있었다. 파도와 유빙에 침식된 것이다.
사라진 에산베 하나키타. 영해 경계선을 500m 물려야 한다. 영해 면적은 0.03㎢ 좁아진다. 지금쯤 타산을 따지고 있을 게다. 영해를 포기할지, 또 콘크리트 공사를 할지를 두고.
‘바다 욕심’이 많은 일본. 암초만 보면 “일본 땅”이라고 우긴다. 독도를 “일본의 다케시마”라고 하는 것도 그런 버릇 때문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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