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축구는 최근 10여년간 리오넬 메시(32·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가 양분해왔다. 축구계 양대 상인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남자선수’도 계속 두 선수의 차지였다. 그러다 메시와 호날두가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난해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루카 모드리치(34·레알 마드리드)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두 상을 석권한 것. 여기에 올 시즌도 지난 6월 리버풀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으로 이끈 수비수 피르힐 판데이크(28·리버풀)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등 변화의 흐름이 뚜렷했다. 다만, 기자단 투표로 100% 선정되는 발롱도르와 달리 기자단과 각국 대표팀 주장, 감독 등 현장의 목소리가 포함되는 ‘FIFA 올해의 선수’는 수상자가 오리무중이었다.
결국, 현장의 선수와 감독들은 여전히 ‘축구의 신’을 최고로 인정했다. 리오넬 메시가 24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열린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19’ 시상식에서 최종 후보로 나선 호날두와 판데이크를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된 것. 메시는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 미디어 투표 등에서 46포인트를 따내 판데이크(38포인트)와 호날두(36포인트)를 큰 차이로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36골을 꽂으며 통산 6번째 ‘유러피언 골든슈’(유럽리그 통합 득점왕)를 차지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날 수상으로 메시는 통산 6번째(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5년) ‘올해의 선수’로 뽑히면서 5차례 수상한 호날두(2008년, 2013년, 2014년, 2016년, 2017년)를 따돌리고 역대 최다 수상자로 우뚝 섰다. 12월 발표될 발롱도르에서 메시가 상을 따낼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1991년 제정된 ‘FIFA 올해의 선수’는 2010~2015년 한시적으로 발롱도르와 통합돼 ‘FIFA 발롱도르’라는 이름으로 수여되다 이후 다시 분리돼 독자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통합돼 운영되던 시기를 제외해도 대부분은 수상자가 겹쳐 2004년 이후로는 매년 한 사람이 두 개의 상을 모두 가져갔다.

이날 시상식에는 최종 수상 후보 3명 중 호날두가 참석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호날두는 지난주 엘라스 베로나와의 경기에서 입은 근육부상을 이유로 시상식 개최지가 자신이 뛰고 있는 이탈리아임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날두는 지난해 런던에서 열렸던 시상식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팬들로부터 “수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불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산 바 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 자격으로 참가한 투표에서도 팀 동료 마타이스 데 리흐트(20)와 프랭키 데 용(22·FC바르셀로나), 킬리안 음바페(21·파리 생제르맹) 등을 1~3순위로 선정하는 등 라이벌들에 표를 주지 않았다.
한편, 한국대표팀 주장 자격으로 투표에 참여한 손흥민(27·토트넘)은 팀 동료 해리 케인(26)을 1순위로 두고 판데이크와 호날두를 2, 3순위로 선정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판데이크, 사디오 마네(27·리버풀), 모하메드 살라(27·리버풀)에게 표를 던졌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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