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 (56)씨는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한 뒤 경찰에 붙잡혔을 때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처제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김시근(62) 전 형사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씨는 명백한 증거를 내밀고 추궁해도 혐의를 부인했다"고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뺀질이'였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당시 이 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 김 전 형사는 "가족 등 주변 인물을 조사하는데 이 씨만 덤덤한 표정을 보여 용의자로 직감했다"며 "48시간이 넘는 집요한 추궁 끝에 자백했지만, 이후 법원에서는 '강압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며 다시 혐의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당시 청주 서부서 형사계 감식 담당이었던 이모(62) 전 경위도 "범행을 치밀하게 은폐했기 때문에 증거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며 "세탁기 받침대에서 나온 피해자의 DNA가 아니었다면 이 씨는 끝까지 범행을 감추려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 씨가 저지른 ‘처제 성폭행·살인사건’ 검찰 수사 기록 열람 등사를 위해 다음 주 초 청주지검에 방문한다.
2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 씨 수사를 진행하며 청주지검에 1994년 이 씨가 저지른 '처제 성폭행·살인사건' 수사기록을 요청했다.
검찰은 전날 이 씨의 수사기록을 창고에서 찾아 경찰의 열람 등사 요청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무기수 사건이라도 관련 자료를 통상 20년 보관 뒤 파기하는데, 이 씨의 혈액형과 생활한 곳 등 개인정보가 담긴 수사기록이 서류 뭉치 형태로 남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료의 양을 정확히 전달받지는 못했지만, 오래된 기록이다보니 직접 충북 청주에 가서 자료를 확보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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