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s·드론)에 대한 개발 열기가 미국 위주에서 아시아와 유럽 등의 다양한 국가로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는 물론 농업과 도시기반시설의 관리 등 여러 분야에 민간 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17일 미국의 항공우주 및 방위 시장 분석업체인 틸 그룹에 따르면 비군사(민간) 분야의 드론은 일반 소비자용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향후 상업용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소비자 및 취미용으로 이용되던 소형 드론은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상업적 활용도가 큰 초소형 드론이나 중고도 장기 체공기(MALE), 고고도 장기체공기(HALE) 등의 분야에서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 규모 또한 상업용 무인항공기 시장이 2022∼2023년 무렵 소비자용 무인항공기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드론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군수용이 2354억원, 민수(민간)용이 231억원일 정도로 격차가 컸다. 그러나 정부와의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을 통해 민간 분야의 활용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3차원(3D) 공간정보 구축 시스템에 활용되는 드론은 국내에서 기술 및 시장 성장이 비교적 가파른 분야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간정보 시장은 이미 8조원 규모에 달하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과의 연계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인력을 활용할 때에는 여러 명을 투입해야 하고 24시간 관측이 어려웠지만, 드론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강점이다.

유콘시스템이 개발한 드론은 4㎢의 공간을 촬영하는 임무를 한 시간 이내에 수행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측지점을 찍어가며 수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동 단위의 공간정보를 구축하는 데에도 수일이 걸렸다. 위성지도를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큰 만큼 건설현장이나 농업재배 현장, 재난 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3D 공간정보 수집용 드론에 특화된 기업 두시텍은 드론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공간정보를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항공 촬영을 하는 드론과 결과물을 3D 영상으로 자동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구성해 도시 재개발이나 대기질 측정, 오염지역 원격탐사, 해양환경 데이터 수집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농업 분야 또한 무인항공기를 활용해 파종과 예찰 등 다양한 업무 수행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실제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다.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볼 수도 있는 부문이다. 성우엔지니어링은 농약 살포 및 항공 방제용 무인헬기를 세계에서 두 번째,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성우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방제용 무인 헬기를 이용하면 3∼4 상공에서 프로펠러에서 하향풍을 발사하면서 약제를 살포하기 때문에 침투성이 훨씬 좋다”며 “인력으로는 2∼3명이 하루에 1만㎡를 방제할 수 있지만 무인 헬기는 같은 면적을 약 25분 만에 소화하는 만큼 인력과 비용 감소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무인 헬기의 농업 분야 수요는 상승세가 비교적 완만한 편이지만 정찰, 감시, 수송, 통신중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러브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건설이나 도시 인프라 관련 분야도 무인항공기의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관심을 끈다.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인프라의 노후화에 대한 예산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건설된 도로시설물의 내구연한이 찾아오면서 유지·보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도 5년 정도 뒤처진 도로 분야의 시공·유지·보수·운영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무인항공기가 대표적인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이미 국내에서는 포트홀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포장상태지수(PCI)를 측정하는 등 다양한 도로 분야에서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포트홀을 살피고 복구하기 위해 기존에는 차량을 투입하다 보니 차량 손상 및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무인항공기를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산지에서 지진이나 산불 등의 재해가 발생하면 경사도가 미세하게 변하면서 도로 시설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드론을 투입해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로 비탈면이나 경사지 변위를 측정하는 작업에 차량 대신 드론을 투입할 경우 비용 대비 편익이 2.2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한편 무인항공기를 비롯한 국내외 항공우주산업의 다양한 발전 상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가 다음달 15∼20일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개최된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와 한국형 소형무장헬기 등의 유인항공기와 한국형 발사체·달 탐사 위성 등 최첨단 우주장비는 물론 드론봇, 무인차량 등의 다양한 무인항공기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대한항공이 실내 부스와 야외 전시장을 대형 드론 전시관으로 구성한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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