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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분노한 젊은층…새로운 정치세력 90년대생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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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8 14:00:00 수정 : 2019-09-08 10: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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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를 바라는 청년들의 열망은 공허한 외침으로 만들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젊은층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대 총학생회에는 오는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조 후보자의 법무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3차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6일엔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졸업한 고려대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조 후보자의 제자들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도 법무장관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왜 학생들은 조 후보자에 분노했을까. 신성민 서울대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 후보자 논란은 단순한 진영논리가 아닌 사회에 내재한 불평등을 악용한 후보자 개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며 “권력을 대물림하기 위해 법의 허점을 노리는 모습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에 촛불 든 학생들, 이번엔 문재인정부에 분노

 

대학생들이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를 향해 집단적으로 촛불을 든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2016년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시절 주도적으로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였고, 현 정부의 적극 지지층이었다. 실제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47.6%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년가량이 지난 현재 이들이 되레 현정부 규탄과 조 후보자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23~24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 후보자 법무장관 임명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20대 비율은 68.6%(찬성 16.2%)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왜 이들은 분노했을까. 90년생의 새로운 특성이란 지적이 나온다. 보수와 진보로 구분되는 정치적 이념에서 자유롭고,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어긋날 경우 보수, 진보와 상관없이 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0대는 이념논리보다는 가치 위주로 움직인다”며 “진영논리는 과거 정체성 확고한 사람들이 갖고 있었는데, 지금 20대는 촛불집회 말고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없었고, 촛불집회는 진영·이념논리와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총학생회 주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진보보다 ‘공정함’을 중시하는 90년대생들

 

90년대생들의 특성은 지난해 출간된 '90년생이 온다'(저자 임홍택)에서 잘 드러난다. 책에 따르면, 90년대생들의 공통적 특징은 공정함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이들은 신분과 재력과 관계없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청년들 사이에서 ‘공무원’이 선호 직업으로 꼽히는 이유는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한 채용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의 딸 조씨의 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왜 90년대생들이 분노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저자는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해) 깜깜이 전형, 로또 전형 등을 넘어 ‘현대판 음서제’로 불린다. 부모의 개입까지 늘어나 교수인 부모가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학생은 ‘정시 100% 반영’과‘학종 폐지’를 외친다. (청년들은) 학종을 못 믿고 있는 자에게만 유리하다고 보고, 그들에게는 온전한 정직함을 담보하지 못할 대안은 없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즉 조 후보자에 대한 젊은층의 분노는 조 후보자가 두 자녀에게 ‘스펙 밀어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90년대생들이 중시하는 ‘공정’과 ‘정직’이란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대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를 졸업해 금융공기업 취직을 준비 중인 김모(29)씨는 “조 후보자는 진보적 학자로 시민단체나 학교에서 ‘상류층이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사다리를 서민에게도 나눠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런데 조 후보자 딸이 아빠란 사다리를 타고 의학전문대학원까지 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 90년대생의 분노를 정치적 잣대로 보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90년대생의 분노를 정치적 논리로 보기보다는 ‘공정’을 중시한다고 믿었던 조 후보자를 향한 배신감과 위선에 대한 분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2012년엔 논문표절 등 유명인들의 그릇된 연구윤리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그해 4월19일 트위터에 “논문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적었고, 젊은층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조 후보자는 딸 조씨가 2008년 한영외고 2학년 시절, 2주간 인턴 후 의학논문 1저자로 기재돼 ‘스펙 밀어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 3월2일 트위터를 통해 “10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은 극히 줄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고,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와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란 글을 올렸다. 즉 공정한 사회를 원하며 현 정권을 지지한 젊은층들이 조 후보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촛불 대신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장외집회에서 청년단체 대표인 백경훈씨가 “저는 조국 같은 아버지가 없다. 그래서 저는 용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자 변상욱 앵커는 트위터에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면 수꼴 마이크를 잡지 않았을 것”이란 글을 올렸다. 이에 젊은층은 변 앵커를 강하게 비난했고, 변 앵커는 해당 글을 삭제한 뒤 사과를 표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층들의 중요한 가치가 공정과 정의”라며 “기회의 형평성 문제에 민감하고 스펙 경쟁에 시달려 게임의 룰이 무너지면 굉장히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에 대한 실망은) 젊은층의 울분이 터져나온 것”이라며 “자발적이고 순수한 모습을 (정치 논리란) 이념으로 재단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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