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증인지원 확대 도입 5년… 이용 3배 증가
6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의 특별증인지원서비스 지원 건수는 지난해 8079건으로 확대 도입 첫해보다 이용 빈도가 3배 이상 늘어났다. 2012년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에서 시범 실시된 특별증인지원서비스는 2014년 전국으로 확대돼 현재는 모든 법원에 특별증인지원관이 배치돼 있다.
형사사건 증인은 법원으로부터 특별증인지원이나 일반증인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별증인지원은 성폭력범죄 등 피해자, 아동·청소년·장애인 또는 강력범죄·조직범죄·보복 가능성이 있는 범죄의 피해자 등에게 제공되고, 일반증인지원은 그 외 형사사건 증인이 대상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히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올 경우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재판 전후에 피고인이나 그 가족과 마주치지 않게 하는 등 특별한 보호 및 지원조치가 필요하다”고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특별증인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면 △재판 전후의 동행 및 보호 △비공개 심리(방청객 퇴정) △증언 도중 피고인과의 접촉 차단(피고인 퇴정) △신뢰관계인 동석 △증언 전후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 △재판 결과 통지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증인이 재판 전후나 신문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7월 가수 구하라씨도 자신을 폭행·협박한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의 재판에서 증인지원을 받아 언론 등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비공개로 증인신문을 받았다.

◆신변보호부터 심리적 안정까지 도와주는 증인지원서비스
지난 3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증인지원실은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일반 휴게실처럼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소파, 간단한 다과 등을 갖춘 아늑한 분위기의 방과 아동 증인을 위한 그림책, 장난감, 알록달록한 색의 벽지로 꾸며진 방 등 여러 증인지원실이 분리된 형태로 존재했다. 증인지원실 관계자는 “예규에 밝은 조명이나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세심하게 지정돼 있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예규’에는 증인지원실이 증인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실내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증인지원관은 증인의 신변보호뿐 아니라 재판 전후 심리적 안정까지 책임진다. 증인지원관이 인권 감수성 향상·상담 이론 및 실무·성폭력범죄 등 사법절차에 관한 이론 및 실무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 이유다. 한 증인지원관은 “증언하고 나와 과호흡 증상이 오거나 감정이 북받쳐 힘들어하는 분들을 도와드리는 일이 많다”면서 “처음에는 증언하기가 무섭다고 울고 두려워했던 분들을 응원하고 독려해 증언을 잘 마치고 나오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또 다른 증인지원관도 “저희의 도움을 받아 안정을 취하고 덕분에 본인이 잘 증언할 수 있었다고 감사인사가 돌아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계도 존재… 대상·신변보호 등 확대해나가야
다만 이제 확대 도입한 지 갓 5년이 된 특별증인지원서비스가 앞으로 보완해나가야 할 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증인지원서비스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스토킹 피해자가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면 민사사건이기 때문에 증인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법정에서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민사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변호인)이 대신 출석할 수 있다”며 “다만 법적 조력을 받고 있지 않은 경우엔 불가피한 대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 내에서는 철저히 증인 보호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법원 밖은 한계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 국선 전담 변호사인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진희 변호사는 “피해자의 법원 외부 신변보호는 경찰이나 검찰을 통해 가능하지만 일반 목격자나 참고인으로 증인이 되는 경우엔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특별한 사정을 소명하지 못해 신변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법원을 오가는 길에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재판에서 전·현직 법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이들이 증인지원서비스를 이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이유다. 증인이라면 당연히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지만,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공개되지 않은 것 등을 두고 특혜가 아니냐는 오해가 나온 것이다. 해당 사건 재판장은 공정성 우려를 의식해 이런 내용을 재판 중에 설명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별증인지원서비스는 피해자 전담 변호사가 아니면 대부분 법조인도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1982년 ‘증인보호법’ 제정… 대기실 등 마련
해외 여러 국가는 국내와 달리 오래전부터 증인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우리나라의 증인 지원 관련 제도는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와 증인 보호를 위한 차폐시설 설치 및 비디오 중계장치 사용 △영상녹화물을 이용한 주신문 대체제도를 도입한 것 등을 시작으로 봐도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1980년대부터 증인 지원 제도가 마련된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1982년 피해자와 증인의 역할 강화와 보호를 위해 ‘피해자 및 증인보호법(VWPA)’을 제정해 증인 대기실 등을 마련했다. 1984년에는 형사 절차에서 피해자와 증인의 참여권·정보권을 인정하고 증인보호권을 보장하는 ‘범죄피해자법(VOCA)’를 제정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의 각 법 집행 기관은 증인 및 피해자 지원 담당 직원을 두고 해당 직원이 피해의 신고접수, 상담, 의료지원, 배상 및 보상신청 방법 등을 돕게 한다. 그 외에도 수사 진행 상황, 피의자 체포 사실, 범죄사실 인정결과, 판결내용, 피고인 석방 등 관련 사항을 통지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증인 보호 필요성이 제기됐다. 영국은 1988년과 1991년 ‘형사사법법’에 아동 증인의 화상증언이나 사전녹화된 증언으로 주신문을 대치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증인 지원이 시작됐다. 또 1989년 만들어진 자원봉사기관 ‘증인지원협회’가 전문적으로 법정에서 증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증인지원협회의 증인지원인은 직접 증인의 집에 방문해 귀가할 때까지 모든 동행 지원을 제공하고, 법원은 증인지원협회에 법정 내 사무실을 제공해 증인의 대기 편의나 피고인 등과 마주치면서 발생할 불미스러운 상황이나 증인의 불안감을 막도록 조치하고 있다.
독일은 1998년 증인보호법을 시행하고 화상 증언제도 등을 도입했다. 독일은 모든 형사 사법기관 서류에 증인의 주소가 식별되지 않도록 하고, 보호가 필요한 증인에 대해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등 증인보호 규정을 꾸준히 보완했다. 또 증언 후 위험한 상황이 초래된 경우엔 주소를 변경해 새로운 주소를 요구할 권리를 규정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법원도 증인에게 분리된 대기 장소를 제공해 피고인 등과 불필요한 접촉을 막고 법원 피해자 지원관이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을 경우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거의 유사하다. 일본 형사소송법은 증인신문 시 보조인 동석, 비공개 증언, 화상증언 등이 가능하도록 법정에서 증인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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