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분한 기대를 받았는데도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제 주변에 엄격하지 못했던 것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의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조 후보자는 이날 딸과 관련한 인턴, 장학금 등을 둘러싸고 2030세대의 분노 등에 대해선 법적인 잘못 여부와 상관 없이 사과를 하면서도 구체적인 의혹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부인했다. 그는 이른바 ‘폴리페서’ 논란과 관련해 “법적 제한이 없어도 장기간 휴직하면 학생 수업권에 일정한 제약을 준다”며 “저는 현재 논란 종료 뒤에 정부 및 학교와 상의해 학생 수업권에 과도한 침해가 있지 않도록 논의해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28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후문에 검은색 소나타가 멈춰섰다. 이윽고 뒷좌석에서 조 후보자가 내렸다. 2∼3일로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내 조 후보자는 넥타이와 정장 모두 파란색으로 차려입었다. 회색 계열의 백팩을 왼쪽 어깨에 멘 그는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국회 건물 안에 들어왔다.

조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신분이지만 공식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닌 기자회견을 위해 방문했다. 이 때문에 검문검색부터 출입증 신청까지 일반 국회 관람객이 올 때와 같은 방식으로 절차를 밟았다. 가방을 검색대에 밀어넣은 조 후보자는 가슴부터 발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검사를 받았다.
검색대를 통과한 조 후보자는 방문신청서에 인적사항과 방문장소 등을 적어 국회 방호담당관에게 제출했다. 신분증을 내고 출입증을 받은 뒤 내부 출입구를 통과한 그는 카메라 앞에 섰다.
미리 준비해둔 A4용지를 품에서 꺼낸 조 후보자는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서 묻고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며 “불가피하게 언론이 묻고 제가 답하는 것을 통해 국민께 판단을 구하게 됐다. 알고 있는 모든 사실에 대해서 소상히 답변드리겠다. 시간제한도 없다. 질문 주제도 제한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온 조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실로 들어갔다. 기자회견 예정 시간인 오후 3시30분까지 40여분을 남기고 정책위의장실에서 답변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긴장했는지 회견 시간이 다가올 때쯤 화장실도 두 차례 다녀왔다.
민주당에서는 조 후보자 본인이 원해서 열리는 자리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간담회 장소가 국회로 정해지고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사회자로서 간담회를 진행한 게 적절했냐는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각종 의혹이 쏟아졌지만 조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해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기자회견 방식으로 직접 나선 것이다. 이는 조 후보자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한 후보자 본인의 초조함에서 기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측은 당초 형식의 제한이 없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밤을 새워서라도 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사당 질문을 2개로 제한했다가 나중엔 없던 일로 했다. “민주당 등록 기자가 아닌 분들은 오늘 간담회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가 논란이 일자 바로잡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30일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한 결과 응답자의 54.3%가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 후보자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2.3%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실시한 동일한 1차 여론조사 결과(반대 54.5%, 찬성 39.2%)와 비교해보면 반대 응답은 0.2%포인트 감소했고, 찬성 응답은 3.1%포인트 증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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