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렁쩌렁 울리는 확성기 소음 때문에 시끄럽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집회든, 시위든 적당히 해야 살지 우리는 사람 아닙니까.”
고성능 확성기까지 앞세운 관공서 주변 집회가 잇따르자 주변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느슨해진 집회 관리가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은 법령에 따라 엄격한 집회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관공서 주변 잦은 집회·시위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청운효자동·사직동·부암동·평창동 집회 및 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주민총회를 열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일상생활을 지켜 달라”고 호소한 뒤 ‘집회 시위 제발 그만’, ‘집회로 얼룩진 우리 동네 무슨 죄인가요’, ‘교통감옥 해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경복궁 인근까지 행진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청와대 주민들이 인근 집회·시위 자제를 요청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2017년 이후 두 번째다. 대책위는 호소문에서 “조용하고 평화롭던 이 지역은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전국에서 모여든 시위대에 둘러싸여 주민들이 늦은 밤까지 소음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와대를 향해 외친다는 집회 시위 소리에 정작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여기 사는 주민들”이라며 “주민들도 마을의 평온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청 인근 주민들도 잦은 집회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전국건설인노동조합은 지난달 12일부터 제주시 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크레인 전복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방송 차량 11대를 이용해 도청 등 6곳에서 고성능 확성기를 틀고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는 제주시 연동 신광사거리 앞에서 크레인에 올라탄 노조원 A(50)씨가 고공 시위도 벌이고 있다.
노조가 수일째 확성기 시위를 벌이면서 지역 주민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건설노조 집회가 시작된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564건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 소음과 관련한 민원이다. 집회 기간 신광사거리에서는 집회 소음 기준치인 75데시벨(㏈)을 훌쩍 뛰어넘은 97.6㏈이 측정되기도 했다. 이는 소음이 큰 공장의 소리(90㏈)를 넘어 기차 소리(100㏈)에 가깝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확성기 소음 기준은 학교나 병원, 주거지역은 주간 65㏈ 이하, 야간 60㏈ 이하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소음을 측정해 소음유지 명령 6회,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 2회 등 조치했지만 그때뿐이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수시로 소음을 측정하며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대로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청 주변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7월부터 거의 매일 민주노총 소속 성동조선 노조조합원 10여명이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확성기를 동원한 집회를 하고 있다. 경남도청 공무원 김모씨는 “거의 매일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면서 동료 간 대화는 물론 전화통화를 하기도 어려워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시청 앞도 2년이 넘도록 북구 검단들 ‘금호워터폴리스’ 조성사업 보상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시청 앞 주차장에서 차량 확성기를 이용해 요구사항을 반복하는 소리가 울려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이 집회 관리를 느슨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집회와 시위는 분명 민주주의 발전과정이자 성숙한 사회로 가는 수단이지만 그 자체가 오로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주·창원·대구=임성준·강민한·김덕용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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