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강신목/이다북스/1만6500원
늦은 봄날, 어느 마을 뒷산에서 여자 시체가 발견됐다. 여자는 아랫도리가 벗겨져 있고 얼굴과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경찰은 강간피살사건을 떠올렸다. 우범자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피살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시팀은 얼굴과 손등에는 상처가 많았으나 아랫도리에는 상처가 없는 점에 주목했다. 부검을 해보니 왼쪽 갈비뼈가 부러진 끝이 폐를 찔러 사망했다. 갈비뼈 모양이나 높이가 소형트럭 종류의 차가 뒤에서 들이받은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여자는 트럭에 받혀 숨졌으며 범인은 강간을 위장하기 위해 아랫도리를 벗겨 놓았다고 경찰에 알려줬다. 수사 결과 트럭운전사가 과속하다 여자를 치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강간처럼 보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40여년간 시신을 부검해 ‘법의학의 대부’로 불리는 강신몽 교수가 쓴 이 책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들의 진실을 부검을 통해 찾아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죽음의 현장을 매일 찾아다니고 주검들과 마주하면서 부검으로 진실을 찾아주고, 그로써 죽은 사람의 원통함을 해결하고 그들을 위로한다.
저자가 겪은 사건 중에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도 있고 위기에 저항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범한 사례도 있다. 자살로 결론이 난 사건이 타살로 뒤바뀌는 사례도 있다.
저자는 군의관으로 복무할 당시 삼청교육대에서 실려 나오는 주검들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원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법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군 제대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합류한 뒤 가톨릭대 의과대학으로 옮기기 전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과장, 부장,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그간 그의 손을 거쳐 간 시신은 7000구에 달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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