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북 균형발전을 이유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3개 공공기관을 강북으로 이전하기로 한 데 대해 SH공사 노조가 “일부의 목적에 의해 사옥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된 사실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며 반발했다. 노조는 이전 결정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앞으로 시민 홍보와 대시민호소 집회 등을 통해 문제를 알리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직원·노조와 소통해 이전 장소를 결정했다는 서울시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시가 공사를 압박해 직원들은 무시한 채 (이전 장소인) 중랑구의 목소리만 경청하며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중랑구청장이 박 시장의 핵심 인사인 점이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사와 시는 창동역 인근, 은평 뉴타운, 양원 공공주택지구 등을 후보지로 검토했다. 그러나 최근 중랑구청과 중랑구가 지역구인 국회의원의 요구로 중랑구 신내2지구가 이전지로 선정됐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이전 장소인 신내2지구 부지는 학교 용지였다. 수요가 없어 줄곧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에 사업 시행자인 SH공사는 2011년부터 용도 변경을 통한 매각을 시도했다. 노조 측은 중랑구가 이를 거부하다가 공사 사옥 이전을 시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는 현재 중랑구청장이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으로 박원순 시장의 핵심 인사인 점, 내년 총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은 중랑구민에게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옥 이전 결정에 본인이 적극 개입하였음을 홍보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부지불식간에 결정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시가 공공기관 이전의 명분으로 내건 ‘강남·북 균형 발전’에 공사 이전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 개포동 사옥에 1년 넘게 공실로 방치된 상가가 있을 정도로 공사가 발생시키는 구매력이 높지 않아 경제적 효는 미미할 것”이라며 “현 사옥이 재개발될 경우 오히려 강남 집중개발의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우용 노조위원장은 “공사 이전으로 강북 지역 경제발전을 도모할 경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데이터가 나와야 하는데 전혀 없다”고 전했다.
노조는 20여만 호의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공사 특성상 무주택 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사를 방문하는 시민 중 노인 등의 교통약자가 많기에 신내2지구 부지는 최악의 이전 장소라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상명하복처럼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서울시의 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향후 우리 노조는 이를 지속적으로 시민께 홍보함은 물론 투쟁집회 등을 통해 서울시 정책의 부당함을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는 전날 인재개발원, 서울연구원, SH공사를 각 강북, 은평, 중랑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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