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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안다고…" 에바덕후 데프콘이 '에반게리온' 벽지 뜯어낸 이유

입력 : 2019-08-25 09:11:56 수정 : 2019-08-25 09: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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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소녀상" 에반게리온 캐릭터 디자이너 혐한 발언 후폭풍 / 작업실 '아스카' 벽지 뜯어내며 "잘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일침 / 일본 내에서도 비난 이어져 / 데프콘 "향후 에반게리온 관련 소비 없을 것"

 

국내에서 ‘에바 덕후’(에반게리온 시리즈 열혈팬)로 알려진 가수 데프콘(본명 유대준·42·사진)이 갑자기 팬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유명 만화·애니메이션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57)의 소녀상 비하 발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데프콘은 지난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데프콘 TV’에 ‘이제 더 이상!’이라는 제목의 3분57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데프콘은 작업실 한쪽 벽에 붙여 놓았던 ‘신세기 에반게리온’ 캐릭터 ‘아스카’ 얼굴 배경을 직접 칼로 도려냈다.

 

그러면서 데프콘은 “가을이 다가오니 새 단장을 해보겠다”라며 “개뿔 뭘 안다고 개소리를 날리셨대”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이거(벽 배경) 하는데 돈 많이 들었는데”라며 “작업실 배경을 바꾸려고 한다. 뭘로 바꿔야 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애니메이션 쪽으론 안할 거다. 생각지도 못하게 열 받는 일이 생기니까”라고 말했다.

 

데프콘은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또 오래 봤다. 이제 놓아준다”라며 “어떤 분들은 (제게)기분이 어떠냐 물으시는데, 전 그냥 불편해지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또 벽지를 도려내면서 그는 “앞으로 에반게리온에 소비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데프콘은 평소 아스카를 팬들에게 ‘형수님’이라는 애칭으로 소개할 정도로,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꽤 오랫동안 드러내왔다.

 

지난 2013년과 2017년에는 국내에서 열린 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아스카’를 창조한 사다모토와 직접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런 특별한 ‘에반게리온’ 사랑을 MBC ‘나 혼자 산다’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공공연히 알려왔다.

 

그런 그가 갑자기 ‘에반게리온’과 손절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난 9일 사다모토가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더럽다”고 비난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사다모토(사진 오른쪽)는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더러운 소녀상. (중략)현대 예술에게 요구되는 재미! 아름다움! 놀라움! 즐거움! 지적자극성이 전무한 천박한 넌더리밖에 없다”는 등 글을 올려 평화의 소녀상과 이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중단해 물의를 일으킨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대놓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소녀상이 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예술로 포장한 것일 뿐, 예술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그 후에도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았고, 국내 누리꾼의 비판에 “그래도 내 작품 볼 거면서”라는 트윗을 잇따라 올려 논란을 키웠다.

 

이런 혐한 발언이 국내에 알려지자 관련 기사에 많은 누리꾼들은 “데프콘 형님 이제 어쩌냐”, “데프콘이 에바 덕후인데 충격이 클 듯”, “데프콘은 뭐하고 있지?” 등 다수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데프콘은 영상 중간 사다모토를 향해 “뭐하러 그런 XX 소리를 해 가지고”, “옛 어르신 말씀 틀린 거 하나도 없다. 모르면, 가만히라도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이 말씀은 진리”라며 한숨 쉬기도 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한편 사다모토의 발언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예술가들과 동료 작가(만화가, 애니메이터)들을 중심으로 비판 글이 쏟아졌다.


일본의 유명 영화평론가인 마치야마 토모히로는 트위터에 “(사다모토는)동상과는 별개로 정치적 배경이 싫다고 말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겠다. 소녀상은 정치적 맥락 없이 순수한 조형물로만 보면, 전형적인 한국인 소녀를 담담하게 묘사한 것일 뿐이므로 그 것을 쓰레기라든가, 더럽다고 매도하는 건 차별적”이라고 썼다.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Q’ ‘공각기공대’ 등에 참여한 이노우에 토시유키 역시 트위터에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두고)‘표현의 부자유전’, 전시 중단까지는 상상도 못했지만 (일본이)훌륭하게 표현을 부자유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한 것 같아 통쾌하다”라며 “더러운 본성이 드러난 동업자(사다모토 요시유키)도 있어서 기분이 복잡하지만”이라고 적어 사다모토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사다모토는 자신에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어 생각 없이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일본 내에서 ADHD 환자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잘못된 오해를 심어주는 말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유튜브 데프콘 TV,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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