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 아직은 프로야구팬들에게 낯선 8명의 선수가 경기장에 모였다. 이글거리는 태양 속에 숨 쉬기도 힘든 지경이었지만 선수들의 눈은 유난히 빛났다. 모두 꿈을 안고 도전에 나서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非)선출 출신으로는 최초로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에 성공해 ‘희망의 아이콘’이 된 한선태(25·LG). 미국과 일본 등을 전전하다 지난해 입단해 KBO 특급 마무리투수로 정착한 하재훈(29·SK) 등 이미 앞길을 닦아놓은 선배들이 있기에 꿈을 좇는 선수들의 모습은 유난히 진지했다.
이날 참여한 선수는 총 8명으로 야수 5명과 투수 3명이 나섰다. 당초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제출한 선수는 모두 9명이었지만 외야수 임준서(18)가 신분조회 문제로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선수가 내야수 손호영(25)이다. 홍익대 중퇴후 미국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3년간 활약한 그는 2017년 방출돼 군 복무 후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뛰었다. 그는 “엘리트 야구를 하다가 미국에 갔다는 사실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라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90%쯤 된다며 자신감을 보인 손호영은 “군대에서 저보다 더 잘하는 형들도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요즘은 쉬면 자괴감이 들어 더 운동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부터 2016년 중반까지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지난달 방출된 내야수 문찬종(28)도 많은 눈길을 받았다. 최지만(28·탬파베이 레이스)과 친분이 투터운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최지만과 이번 트라이아웃을 앞두고도 연락했을 많이 했다. ‘잘하고 오라’고 격려해주더라”라며 “수비라면 자신있다. 내야라면 어디든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2의 한선태를 꿈꾸는 내야수 박지훈(27)과 투수 장진호(26) 등 두명의 비선출 선수들도 야구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박지훈은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는 꿈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며 “엘리트 선수와 같이 여기서 쇼케이스 하는 것 자체가 평생의 추억”이라고 소회를 말했다. 여기에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해외파로 구분되기는 했지만, 외야수 지승재(26)도 이들과 마찬가지인 사실상의 비선출 출신이다. 이 셋은 현재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이 이끄는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고 있다. 지승재는 “파주 챌린저스는 원 없이 야구를 한 번 더 할 기회를 준 팀”이라며 “양 감독님께서 평소에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외에도 캐나다에서 고등학생 때 야구를 했던 투수 강민종(20), 개인 사정으로 동아대를 중퇴하고 독립구단 성남 블루팬더스에서 뛰고 있는 투수 신민준(22), 일본 와세다대 야구부 출신으로 일본 실업팀 카니플렉스 코퍼레이션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재일교포 안권수(26) 등이 이날 트라이아웃에 참여해 꿈을 향해 공을 던지고, 몸을 던졌다. 과연 이들 중 어떤 선수가 숨겨진 재능을 폭발시켜 KBO리그의 새로운 스타가 될지 주목된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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