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르 몬드리안은 기하학적 화면구성의 추상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처음엔 자연을 대상으로 상징적이고 표현적인 그림을 그렸다. 선과 색이 뒤엉킨 황홀하고 유동적인 분위기의 그림으로 자연의 신비스런 힘과 기운을 나타내려 했다. 그 후 그는 화면을 점차 침착하게 가라앉히고, 계획적으로 분석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십자무늬 구성 방법을 창안했다. 십자무늬의 가로와 세로 길이나 색의 농담을 조절하면서 물질과 공허, 차 있음과 비어 있음, 수평적인 것과 수직적인 것의 관계로 자연의 법칙성을 암시했다. 색채도 검정색과 흰색의 구성이나 삼원색을 넘지 않게 제한했고,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의 형태만 사용하는 절제된 화면으로 자연의 질서와 비례, 변화 속의 리듬을 나타냈다.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몬드리안이 십자무늬 방식을 도시의 이미지에 적용한 작품이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서 미국으로 망명한 후 뉴욕의 한 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본 뉴욕 시가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렸다. 거리가 바둑판 모양처럼 구획되고,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노란색 택시와 거리 불빛이 활기찬 뉴욕을 연상케 한다. 그는 이 활기찬 도시 분위기가 미국을 상징한다고 생각했고, 경쾌하고 빠른 리듬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란 곡을 작품 제목으로 붙여 또 다른 자연으로서 도시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몬드리안의 주된 경향이 큰 면 분할의 단순한 구성으로 무겁고 엄숙한 느낌을 주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상대적으로 이 그림의 작은 면 분할과 알록달록한 색채가 밝고 경쾌하고 빠르다는 느낌을 준다.
물러갈 것 같던 장마가 지루하게 심술을 부리고 있다. 날은 무덥고 축축한데,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도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 비가 그치면 청량감 있는 자연을 보러 떠나야겠다. 밝고 경쾌한 기분은 상대적인 것이라 하지 않았나.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때를 회상하면서 무더위와 힘든 상황을 잊으려 하면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이 오겠지 기대하면서.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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