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시대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재위 1418~1450)이 집권 말기 해마다 죄인들을 100명 넘게 처형하며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 조병인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여름호에 실은 논문 ‘세종시대 도둑과의 전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세종은 재위 29년(1447년)부터 31년까지 3년간 모두 550명의 죄수를 처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재위 30년(1448년)에는 무려 233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세종이 임금으로 일한 31년 6개월간 처형당한 범죄자가 모두 1491명이고, 즉위 이후 28년간 처형 인원이 해마다 50명 안팎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말년에 극형이 유난히 집중된 셈이다. 사형수 대부분은 강도⋅절도 등 도둑이었다.
세종은 재임초기 국가형벌권을 자제하며 온정주의 형사정책을 폈지만 치안 불안 등 부정적인 효과가 나오자 중벌주의를 통해 대대적인 사형집행을 진행했다.
논문에 따르면 어진 정치를 다짐하며 즉위한 세종은 재위 기간 형정담당 관원들에게 형벌권 발동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또 세종실록 기사를 보면 세종은 즉위 4년 ‘절도 3범을 가려서 처형할 때 사면 이전의 범행은 묻지 말도록 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온정주의 형사정책으로 화적이 나타나는 등 치안이 불안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고, 화적떼 단속이 국정과제로 떠오르면서 재위 8년에는 오늘날 소방청에 해당하는 금화도감을 출범했다. 이후 신하들과 장기간 논쟁 끝에 중벌주의를 복구했고 재위 말년에 대대적 사형 집행이 이뤄졌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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