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일본 불매 운동이 패션계에도 확산됐다. 특히 중저가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 이후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주 타깃으로 떠오르며 열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브랜드 제품을 대체 가능한 국내 업계 대표 토종 브랜드가 재조명되면서 이들의 애국 히스토리와 마케팅도 화제다.
일본 불매 브랜드와 대체 상품을 제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웹사이트 '노노재팬'에서 생활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가 일본 스포츠 의류 브랜드 ‘데상트’와 ‘아식스’의 대체 상품으로 떠오르며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1980~1990년대 국내 신발 시장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르까프는 부산에서 탄생해 국내 신발 산업에 첫 발을 내딛은 국내 순수 스포츠 브랜드다.
1953년 8월 부산에서 한국 신발 1호로 유명한 '기차표 고무신'의 동양고무공업주식회사로 출발한 ㈜화승은 1980년대 나이키, 리복 등 글로벌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품을 생산, 독자적인 기술력과 품질을 입증하며 일취월장했다. 이후 86아시아경기대회, 88서울올림픽 등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나이키 등의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진출에 대항하기 위해 1986년 1월 자체 브랜드 르까프(LECAF)를 런칭했다. 르까프의 브랜드명은 Le Citius, Altius, Fortius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를 의미하는 라틴어의 알파벳 머리글자에서 유래했으며, 국가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서 올림픽 정신을 담았다.
국내 1위 배드민턴화 ‘비트로(VITRO)’도 업계 대표 토종 브랜드로 주목 받고 있다. 부산 향토기업 ㈜학산은 1988년 신발제조 회사에서 출발해 1995년 ‘빛으로’라는 우리말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토종 스포츠 브랜드 ‘비트로’를 출시했다. 외국 유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테니스화와 배드민턴화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로 선전하고 있는 비트로는 마니아가 생길 정도로 소비자에게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2018년 국내 테니스화 시장점유율 약 30%를 차지하며 세계적 기업 아디다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으며 배드민턴화 역시 세계 1위 업체 일본 요넥스와 국내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을 만큼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자랑한다.
일본 SPA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국내 SPA 브랜드가 재조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랜드의 ‘스파오’와 신성통상의 ‘탑텐’이다. 특히 이들 브랜드는 최근 ‘애국 마케팅’을 강화하며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스파오(SPAO)’는 이랜드월드가 2009년 런칭한 토종 SPA 브랜드로 일본 및 유럽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SPA 시장에서 국내 토종 브랜드로는 최초로 연 매출 3200억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파오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맞이하는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토종 캐릭터 ‘로보트 태권브이’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2012년 런칭한 ‘탑텐(TOPTEN10)’은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국내 순수 SPA브랜드로 활발한 애국 마케팅을 펼쳐 스파오와 함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탑텐은 광복절을 앞두고 김구, 유관순 등 독립운동 관련 인물과 광복된 해인 ‘1945’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8∙15 캠페인 티셔츠’를 내놨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과 올바른 역사의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리멤버 프로젝트’를 기획해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등 순국선열들의 다양한 의미가 담긴 아트웍 티셔츠를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불매 운동을 넘어 일본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며 국내 업계 대표 브랜드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유명 브랜드에 밀려 성장이 주춤했던 국산 스포츠 브랜드가 다시 한번 재도약 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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