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글창제 주역은 신미?"…'나랏말싸미' 역사 왜곡 논란일자 감독 직접 해명 나서

입력 : 2019-07-29 15:06:51 수정 : 2019-07-29 15:06:52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영화 ‘나랏말싸미’가 지난 24일 개봉한 가운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자 조철현 감독이 해명에 나섰다.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홀로 혹은 집현적 학자와 함께 한글을 만들어냈다는 기존 정설이 아닌, 세종과 함께 승려 신미가 한글 창제에 기여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신미가 세종의 조력자 수준을 넘어 그가 한글을 주도적으로 창제한 것처럼 묘사돼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조 감독은 29일 오전 ‘나랏말싸미’ 제작사 영화사 두둥을 통해 장문의 글을 전하며 “세종대왕의 업적을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철현 감독. 한윤종 기자

 

조 감독은 개봉 닷새 만에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며 “고뇌와 상처, 번민을 딛고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어 낸 그의 애민 정신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군주로서 위대해져 가는 과정을 극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께서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에 있는 ‘맹가노니’라는 구절로 압축되듯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영화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영화를 본 관객 중 일부는 “신미를 한글 창제의 주역으로 묘사했다.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 “영화라고 해서 왜곡까지 이해해야 하나?”, “사극을 영화화할 땐 적어도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한 뒤 살을 붙여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비난했다.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신미 스님’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우리는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해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한데, 마침 신미라는 실존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기에 채택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 말에 따르면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캐릭터가 ‘신미’라는 것.

 

신미를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한 이유는 실제로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였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조 감독은 조 감독은 “신미의 동생이자 집현전 학사이기도 했던 김수온의 문집 ‘식우기’ 중 ‘복천사기’에 세종대왕께서 신미를 산속 절로부터 불러내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기록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나랏말싸미’가 세종대왕을 깎아내린다는 지적에 대해 “제작진의 마음과 뜻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폄훼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신분과 신념의 차이에 연연해 하지 않고, 제왕의 권위까지 버리면서 백성을 위해 처절하게 고민했던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자 했다”며 “소통과 노력의 부족으로 이런 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의도치 않은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인해 배우와 제작진의 진심까지 오해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부족함은 저의 몫”이라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끝으로 “관객 여러분의 마음을 존중하고 많은 관심에 감사드린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배우 송강호, 박해일 고(故) 전미선이 출연해 제작비 100억원 이상 투입한 ‘나랏말싸미’의 누적 관객 수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75만5690명이다.

 

이번 역사 왜곡 논란이 영화 흥행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나랏말싸미’ 스틸컷 갈무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