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불법의 원인’은 재산을 급여한 원인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성매매 알선이나 강요의 수단으로 지급된 금원, 도박을 위해 대여한 자금, 뇌물 제공 목적으로 교부받은 금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를 한 사람은 그 원인행위가 법률상 무효임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를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급여한 재산이 본인 소유라고 하여 소유권에 기해 반환청구도 할 수 없어 결국 그 재산은 급여를 받은 상대방 소유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달 20일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농지인 부동산의 소유자인 명의신탁자 A씨가 농지법상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명의수탁자 B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A씨, B씨가 모두 사망한 후 A씨의 상속인인 원고가 상속을 원인으로 농지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피고(B씨의 상속인)에 대하여 위 부동산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건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신탁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과 법원의 판단이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 판례가 변경될 경우 가져올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여 공개변론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판단을 내렸습니다.
다수의견(9명)은 부동산실명법 관련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 및 입법목적 등을 이유로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명의신탁을 금지하기 위해 부동산실명법이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 재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한편 반대의견(4명)은 횡행하는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종래 대법원 판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다수의견도 부동산 명의신탁 규제의 필요성과 현행 부동산실명법의 한계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 다만 부동산실명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수단이 입법적 개선이 되어야 할지 아니면 사법부에 의한 민법상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활용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반대의견과 견해를 달리한 것이어서 향후 현실적으로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부와 사법부의 움직임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bora.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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