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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팅룸 앞 대기 줄 사라진 유니클로… 그래도 손님은 있었다 [밀착취재]

입력 : 2019-07-24 14:56:35 수정 : 2019-07-24 14: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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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해진 유니클로 매장 찾는 사람들 / 세일 상품 판매대서 제품 비교 열 올리기도 / "반 정도의 지분 한국 기업이 소유 / 불매운동 우리 경제 더 안 좋게 만들어"
서울 강북 도심의 유니클로 매장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유니클로가 가장 크게 데인 형국이다.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이 30% 가까이 감소해 매출 1조원대가 붕괴됐다는 업계 관측 등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22일 서울 중심가의 유니클로 매장을 찾아 현장 분위기를 돌아봤다.

 

평소 같으면 손님으로 붐볐을 시간이고 세일 기간이었음에도 매장 안은 한적했다. 다만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불매운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니클로를 찾은 일부 소비자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원과 손님 수 비슷… 일부 손님 “불매운동 신경 안 써”

 

서울 강북 도심에 자리한 해당 유니클로 매장은 한일 갈등이 표면화하기 전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였던 곳이다. 특히 점심시간엔 잠깐의 휴식시간을 활용해 의류를 쇼핑하려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 계산대나 피팅룸 앞에서 5~10분씩 기다리는 건 예사였다.

 

하지만 이날은 유니클로가 당초 18일까지였던 세일을 일주일 더 연장한 여름 세일 기간이었음에도 입구부터 한산했다. 1, 2층 매장 모두 층당 손님이 10명이 안 돼 직원과 손님 수가 비슷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소위 ‘텅텅클로(유니클로가 텅 비었다는 뜻)’로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세일 상품 판매대엔 손님이 2~3명씩 몰려 제품 비교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남성용 바지를 구매하려고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는 60대 여성 김모씨는 “(유니클로 불매운동하는 것) 알고 있었다. 난 그런 거 신경 안 쓴다”며 “한국 유니클로가 완전 일본 회사가 아니다. 반 정도는 한국 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도 다 한국인들 아닌가. 이런 식의 불매운동이 사실 우리 경제를 더 안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니클로 코리아는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이 51%, 롯데쇼핑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인근의 다른 유니클로 매장 분위기도 엇비슷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붐비는 상권의 중심에 자리잡았음에도 더위를 피해 에어컨을 쐬러 온 어르신들과 외국인 여행객 몇 명 외엔 손님이 별로 없었다. 홍콩에서 여름 휴가차 남자친구와 한국에 왔다는 크리스티 추(Christy Chu, 24)는 “일본과 한국이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불매운동 중인지는 몰랐다”며 “유니클로에 손님이 왜 별로 없었는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한편 불매운동의 영향력이나 심경을 묻자 유니클로 매장 직원은 “저희는 아는 게 없고 드릴 말씀도 없다”며 “본사에 문의해보라”고만 했다.

 

◆설상가상 유니클로… 택배노조, 배송 거부 선언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불길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국 택배노조는 24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클로는 전범기 욱일기 디자인을 지속해서 사용해 온 대표적 일본기업”이라며 “유니클로 온라인몰의 제품은 배송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 측은 ‘유니클로 배송거부 인증사진’을 찍고 모든 조합원의 차량에 일본의 경제보복 규제 행위를 규탄하는 스티커도 부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일본, 중국에 이어 유니클로가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는 국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지난해 매출은 1조3732억원, 영업이익은 234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11일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 같다’고 국내 불매운동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소비자를 자극했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불이 붙을 조짐을 보이자 유니클로 코리아는 지난 16일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결산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발언은 일본 본사가 했는데 왜 유니클로 코리아가 사과를 하냐’, ‘공식 홈페이지 어디에도 사과문이 없다’는 등 진정성 논란이 일자 유니클로 측은 다시 22일 패스트리테일링과 유니클로 코리아 홈페이지에 정식 사과문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글·사진=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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