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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여제’ 김가영 “설렘과 짜릿함 느끼고 싶어서 3쿠션으로 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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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면 이기고 지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승부에 대한 짜릿함이나 스릴 같은 건 익숙해질 수 없어요. 오히려 (그 짜릿함에) 중독됩니다. 포켓볼에서는 그 설렘과 짜릿함을 (경기에서) 1등을 하는데도,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게 3쿠션으로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지난 16일 서울 김가영 포켓볼아카데미에서 만난 ‘당구여제’ 김가영(36)이 3쿠션으로 전향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가영은 한국 여자 포켓볼의 간판스타다. 1996년 당구에 입문해 국내는 물론이고 2011 WPBA 투어 챔피언십과 2012 세계 여자10볼 세계선수권, 2014 WPBA 마스터즈 등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2015년엔 차이나오픈 우승으로 여성 포켓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을 달성했다. 2006년에는 국내 당구 선수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의 주종목은 포켓볼. 하지만 오는 22일부터는 프로당구협회(PBA)서 주최하는 3쿠션 프로 대회인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포켓볼과 3쿠션은 모두 당구에 포함도 있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 규칙이나 방식, 심지어 공을 치는 법 등이 다르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정도’다. 김가영이 이러한 도전을 하게 된 데는 ‘익숙함’과 ‘즐거움’ 때문이다.

 

“포켓볼에서 목표로 했던, 하고 싶었던 것들을 대부분 이뤘습니다. 국내·외 대회 우승이나 랭킹 1등을 해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시합을 나가면 ‘이기자. 잘하자. 순위를 올리자’가 아니라 ‘지면 안 된다. (순위를) 지켜야 한다’로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그마저도 즐거웠는데, 장시간 계속돼 마치 ‘월급을 적당히 받고, 여유 시간도 적당히 있고, 적당히 잘 사는 사람’처럼 됐어요. 새로운 것을 개척하지 않더라고요.”

김가영은 ‘새로움’과 ‘변화’를 찾아 3쿠션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에게 3쿠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당구의 첫 시작부터 3쿠션과 함께 해왔다.

 

“인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당구를 쳤어요. 그때 4구를 쳤는데, 정확하게는 4구로 3쿠션을 한 거죠. 4구로 700점 정도 치니까 동네에서 적수가 없었어요. 당구는 치고 싶은데 상대가 없어 재미를 잃어가고 있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본 포켓 대회 포스터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김가영이 중학교 2학년 때 출전한 1996년 ‘인천 당구 최강전’ 여자 포켓 대회다.

 

“대회 하루 전 처음으로 포켓볼을 2시간 정도 연습한 뒤 출전을 했고, 1등을 했죠. 하지만 당시 저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더 연습해 연말에 다시 도전하려 했어요. 그런데 대회가 사라졌고, 그래서 그냥 선수 등록을 했어요.”

 

이후 김가영은 본격적으로 포켓볼을 친다. 고교 재학 중인 1998∼1999년 월드챔피온쉽대회에서 16강에 진출했고, 2000년에는 일본 동경에서 열린 ‘UCC배 월드우먼 챔피온쉽’에서는 세계 26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승승장구,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지난달 큰 변화를 맞았다. 대한당구연맹(KBF)이 지난달 5일 PBA 투어 개막전에 초청선수로 출전했다는 이유로 김가영의 선수등록을 말소했다. 김가영은 “진짜? 말도 안 돼”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선수등록 말소라는) 심각한 페널티를 받을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초청 경기와 다른 종목의 경기에 참가를 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PBA 출전이 (선수등록 말소를 받을 정도로) 큰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경고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소라는 것은….”

선수등록 말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김가영은 이해할 수 없다고 수차례 반복했다.

 

“(당구)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해요. 제가 2003년부터 미국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WPBA) 소속으로 프로선수입니다. 한국에서는 프로가 없어서 아마추어와 같이 활동했고요. 그런데 저는 미국에서 프로잖아요. 그럼 저는 아마추어인가요? 프로인가요? 아마추어라고 하면 WPBA 소속이면 안 되고, 프로라고 하면 한국 아마추어 경기에 뛰면 안 되잖아요.””

 

김가영은 “그것(아마추어와 프로 선수) 기준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알고 싶다”며 “혼자서는 알아보기 힘드니까 주변에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김가영은 3쿠션 적응에 집중하고 있다. PBA 투어 개막전에 출전해 4강에 오르긴 했지만, “3쿠션이 아니라 포켓볼 치듯이 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스스로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모든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그중 회전. 포켓볼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공에 회전을 최대한 안 줍니다. 반면 3쿠션은 회전이 없으면 안 되죠. 공 크기도 달라서 회전을 주는 정도도 다른 선수에 비해 부족합니다. 20여년을 포켓볼을 쳤으니까 그럴 수 있는데, 이제는 3쿠션 선수로 활동하려고 하니까 제대로 하고 싶어요.”

 

PBA 출범과 관련해서는 당구가 스포츠로서 좋은 이미지를 쌓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선수로서는 (PBA와 KBF 사이) 어려운 선택을 하게 한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그냥 당구 선수로 열심히 당구를 한 것인데, 정치적인 선택으로 인해 노력해온 선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속상합니다. 그 외에는 모든 면에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당구에 대해 쌓인 안 좋은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생계 걱정을 안 해도 되겠죠.”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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