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배앓이와 변비로 고생하던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최근 양배추즙이 증상 완화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 해당 품목을 찾아보던 이씨는 대부분 ‘원물 100%’라고 광고하고 있어 별 고민 없이 한 양배추즙을 주문했다. 구매한 양배추즙을 마시던 중 이씨는 우연히 지인이 먹는 양배추즙을 맛볼 기회가 생겼다. 자신의 것보다 훨씬 진한 느낌을 받은 이씨는 곧 먹고 있던 양배추즙이 ‘액상차’로 분류된 식품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씨는 “지인의 양배추즙은 식품유형이 과채주스라 거의 100% 양배추로 이뤄진 게 맞았다”며 “내 것은 물이 섞인 액상차라 속은 느낌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강식품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건강식품 매출액은 2015년 1조8230억원에서 2017년 2조23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건강식품을 먹고 있다는 사람이 89.3%에 달했고 먹지 않고 있다는 사람은 10.7%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9명꼴로 건강식품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업체들의 꼼수광고가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한 광고 탓에 건강식품을 이용하는 고객들만 뒤통수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가 고시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과채주스는 과일 또는 채소를 압착·착즙 등 가공한 과채즙이 95% 이상인 액체를 말한다. 반면 과채음료는 과채즙이 10% 이상이다. 액상차는 식물성 원료를 추출 등의 방법으로 가공한 것으로 물의 함량이 과채주스보다 높아지게 된다. 혼합음료는 물에 식품첨가물을 넣는 것이라 원재료 함량이 가장 낮은 편이다.
원재료 함량이 가장 높은 순으로 식품유형을 나열하면 ‘과채주스>액상차?과채음료>혼합음료’가 된다. 양배추즙은 물론 양파, 사과, 포도, 노니즙 등 각종 건강식품들도 마찬가지다. 과채주스 유형을 구입하면 원재료의 함량이 적어도 95% 이상인 즙을 마실 수 있다. 만약 과채음료 유형의 건강즙을 먹으면 원재료 함량이 최소 10%인 건강식품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상당수 건강식품 업체들은 이 식품유형과는 관계없이 ‘원물 100%’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유는 규정상 정제수를 제외하고 양배추 등 원재료를 100% 사용하면 ‘원물 100%’라고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원물 100%라고 홍보해도 사실상 물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식약처 규정을 잘 확인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이런 광고를 보고 오해할 수 있으므로 판매자들은 정제수 등이 들어갔다는 점을 성분표에 상세히 적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지현 서울대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식품유형에 따라 가공방법이 상이해 원재료 함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관리 당국이나 업체가 공급자 중심으로 생각해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지 말고 소비자 입장에서 혼동을 느끼지 않도록 광고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광고만 보고 덜컥 구매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성분표를 꼼꼼히 보고 함량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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