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번 총파업의 핵심은 임금교섭입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학비연대가 ‘급식대란’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건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지위’보다는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는 ‘처우개선’이라는 얘기다.

학비연대는 전국 6000여개 학교 소속 조합원 9만여명 가운데 10명 중 9명(89%)을 무기계약직 신분으로 파악하고 있다. 2년 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이후 무기계약직 전환이 본격화했다. 무기계약직은 고용기간의 제한이 없어 기간제 근로자에 비해 고용안정성이 담보된다. 학비연대가 여러 요구사항 중 ‘교육공무직(비교사 학교 직원) 법제화’보다 ‘기본급 6.25% 인상’을 강조하는 이유다.
2∼3년마다 반복되는 급식대란의 배경은 결국 정규직에 대한 노정 간 인식 차이에서 비롯한다. 노동자는 처우개선을 동반한 실질적인 의미의 정규직을 바라지만 정부의 속내는 천양지차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설명자료를 통해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정책은 고용안정이 우선”이라며 “처우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실제로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교사뿐만 아니라 무기계약직, 자회사를 통한 고용 등을 모두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은 법에 명시된 용어가 아니다”며 “고용기간을 정해 놓지 않았다면 당연히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비정규직이라고 계속 보도는 되지만 사실은 무기계약직”이라고 바로잡았다. 이에 학비연대 소속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몰지각한 변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청와대를 향해 ‘진짜 정규직’의 의미를 가려낼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천명했을 때 비정규직 입장에선 임금 상승도 같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를 품는 게 당연했다”며 “노동계 기대치만 잔뜩 높여 놓고 이제 와서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이라고 말하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날이 갈수록 파업 참여 인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급식대상 총 1만454개교 중 20.8%(1771곳)가 빵·우유·도시락 등으로 대체급식(1662곳)을 하거나 단축수업(109곳)을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2581곳)보다 810곳 줄어든 수치로, 교육부는 5일 이보다 263곳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파업 참가 인원도 전날보다 4600여명 감소한 1만7342명으로, 5일엔 1만3196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과 학비연대는 오는 9∼10일 세종시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실에서 재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민피해 외면… 출근시간 톨게이트 막은 수납원들
고속도로 요금수납원 노조원들이 4일 오전 한때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하행선 6개 진입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경기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40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서울 TG에서 집회 중이던 노조원 600여명 중 200여명이 하행선 6개 진입로를 막고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 때문에 부산 방향 하행선 12개의 진입로 가운데 6개 진입로만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판교분기점(JC)까지 4.7㎞ 구간에서 출근길 차량들의 극심한 정체가 이어졌다. 경찰은 12개 중대를 동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면서 노조원들을 설득, 순차적으로 연좌 농성을 해제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이 강하게 반발해 충돌이 빚어졌으며,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노조원 23명을 검거해 경찰서로 연행했다. 연좌 농성은 시작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30분쯤 종료됐다.


연좌 농성은 끝이 났지만, 대부분의 노조원은 서울 TG 요금소 앞에 남아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오후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TG 구조물 위에 30여명이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거나 요금소 앞 텐트 농성도 닷새째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원들은 한국도로공사가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설립해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하자 지난달부터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6500여명인 수납원 중 자회사 전환에 따라 소속을 바꿔 근무하는 수납원은 5100여명이고 민주노총과 톨게이트 노조를 중심으로 한 나머지 1400여명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채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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