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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쳤더니 억하고 말라" 고(故)박종철 희화화 광고 논란

입력 : 2019-07-04 14:15:40 수정 : 2019-07-04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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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로 구설수에 오른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 광고(사진 왼쪽), 고(故) 박종철 열사(〃오른쪽). 사진=무신사 인스타그램, 세계일보 DB

 

인기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가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관련 경찰의 사망 원인 보고에 나왔던 ‘탁 치니 억하고’라는 문구를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말로 변용해 상품 광고에 이용해 구설에 올랐다.

 

군부독재 시절의 암운을 머금고 있는 정치적 사건을 ‘희화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신사는 해당 광고가 부적절했다며 공개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쉽게 사그라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발단은 무신사가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양말 광고(위 사진)에서 시작됐다. 이 광고에는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이는 1987년1월15일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의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진 문구로 당시 치안본부장 강민창이 당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21살 박종철군이 학생 운동 중 경찰에 연행되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사망 원인 발표에서 “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라는 거짓 시인을 하면서 알려진 문구를 변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라는 문구는 이후 박군의 사인이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을 중심으로 공권력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이어지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에 해당 문구를 희화화한 문구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이 쇄도했고 무신사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무신사는 “콘텐츠 검수 과정에서 거르지 못한 점, 무엇보다 해당 사건이 갖는 엄중한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검수 과정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무신사는 “단순 사과에 그치지 않고 확실한 재발 방지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위한 후속 조치를 하겠다”라며 2차 사과문도 올렸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교육을 하고, 사단법인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에 후원금을 통해 사죄하는 마음을 전하겠다는 것이다.

 

1987년 1월 20일 경찰 고문을 받다 하루 만에 숨진 박종철 열사의 영정을 들고 행진하며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대생들. 온라인 커뮤니티

 

무신사 측 사과에도 일각에서는 ‘무신사 불매운동’을 벌이자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누리꾼들은 “무신사 관계자들은 반성하라, 얼마나 역사에 관심이 없으면 일말의 비난도 생각 못했나”, “고인에 대한 능욕이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며, 모르면 생각해 낼 수 없어서 못 쓰고 알면 무서워서 못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 수위를 높여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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