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일이) 똑바로 나아갈 때도 있지만, 구불구불 돌아갈 때도 있고, 때로는 멈출 때도 있고, 때로는 후퇴할 때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화 외에는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한·미 정상회담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비판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가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하지만 모든 일이 한 방향으로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결코 한 번의 합의로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도, 쉽게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늘 ‘긴 여정’이라고 표현해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성과 없이 헤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3일 만에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만나면서 멈춰 섰던 북·미 비핵화 열차는 다시 궤도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탄력을 잃었던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도 다시 힘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담한 여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문 대통령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북·미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관계 악화로 치달아 온 미국을 적극 설득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수 있도록 공들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G20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 표명과 핵 협상의 핵심 키워드가 될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요구조건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달 초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북유럽 3개국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공개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김 위원장을 최근 만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것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던 상대국들과의 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작업을 사전에 하지 않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문 대통령과 좋은 파트너십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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