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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권력자의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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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8 21:20:11 수정 : 2019-06-28 21: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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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출신 요리사 오톤데 오데라는 악명을 떨친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 대통령의 주방에서 일했다. 1971∼1978년 전속 주방장으로 일한 그는 거액의 월급과 벤츠 차량, 고급 저택 같은 후한 대우를 받고 아내도 여럿 두며 잘살았지만 목숨을 걸고 일해야 했다고 한다.

하루는 경호원들이 총기를 들고 주방으로 난입해 그와 주방 보조들을 끌고 나갔다. 어안이 벙벙한 그에게 아민은 노발대발하며 “아들이 오늘 저녁을 먹고 배가 아프다며 병원으로 갔다. 만약에 독이 검출되면 네놈들은 아주 잔혹하게 죽을 각오를 하라”고 했다. 다들 겁이 나 덜덜 떨었다. 과식해 배탈이 난 것이라는 병원 진단이 나왔다. 그제야 아민은 “미안하다”면서 씨익 웃었다. 그 뒤로 기미 상궁처럼 식재료 점검을 완벽하게 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아민의 식인 소문은 사실이었을까. 그는 아민의 냉장고에 인육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적들이 무서워하라고 일부러 퍼뜨린 소문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아민이 사람을 마구 죽인 건 사실이고, 시신을 악어밥으로 던졌다는 이야기를 친위대원들에게 들었다고 했다. 오데라는 1978년 우간다와 케냐 간 영토 갈등이 빚어지면서 급전직하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케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본국으로 추방당했다.

권력자의 요리사만큼 권력세계의 내밀한 속살을 아는 이도 드물다. 오데라와 비슷한 인생 행로를 간 요리사가 일본의 후지모토 겐지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유명한 후지모토가 북한에서 체포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탈북했다가 2012년, 2016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취득한 정보를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판 혐의로 평양에서 체포됐다는 것이다. 후지모토가 탈북 등 과거의 배신 전력 탓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뢰를 잃어 체포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쁨조를 동원한 김정일의 호화판 연회, 김정은의 어린 시절 정보는 모두 그의 책이나 입에서 나왔다. 후지모토 체포가 사실이라면 김정은에게도 부담이 될 듯싶다. “배신한 것 잊은 지 오래다. 괜찮다”며 통 큰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뒤끝이 있음을 자인한 꼴이니 말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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