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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장수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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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7 23:18:58 수정 : 2019-06-27 23: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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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나르던 분이 우리 집 곤충 표본상자를 보고 대뜸 장수하늘소도 있느냐, 그거 팔면 얼마 하냐고 물었다. 필자는 곤충과 가까이한 지 오래지만, 아직 실제로 만난 적은 없고, 더구나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라 사고 팔 수 없다고 답변했다.

장수하늘소는 1898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는 1934년 조복성 교수가 서울 북한산 남장대 해발 730m 높이에서 채집한 표본을 정식으로 기록했다. 눈에 잘 띄는 크고 멋진 생김새로 ‘장수(=장군)’ 하늘소로 불리며 관심을 받다가 곤충 중에서 가장 먼저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장수하늘소는 현재 문화재청의 자연유산이자 지구과학기념물로 분류돼 있다. 장수하늘소의 학명 렐릭투스는 ‘유존생물’이란 뜻인데, 1898년 당시 곤충학자 세메노프가 특징과 소속을 고민하면서 중남미 열대지방에 여러 자매종이 살지만, 동북아시아에는 유일한 종이라는 의미로 작명했다.

장수하늘소의 분포를 보면 흥미롭게도 광개토대왕 시절 고구려 영토와 매우 비슷하다. 현재 남한에는 경기도 광릉과 오대산 소금강 지역이 남방 한계선이며, 북한에는 아직 생존 개체군이 꽤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러시아의 연해주와 중국 북동부가 장수하늘소의 주산지인데, 사실 우리나라 고유종을 살펴보면 과거 고구려 땅과 비슷한 분포 패턴을 보이는 동북아 고유종인 경우가 많다.

매년 장수하늘소가 꾸준히 나타나는 광릉의 국립수목원과 관련 기관의 노력으로 장수하늘소의 복원을 꾀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 중이다. 과거 멸종위기종이었던 울도하늘소가 사육기술이 개발돼 보급됨으로써 멸종위기에서 해제된 사례가 있다. 장수하늘소의 복원도 성공해 우리 땅에서 길이길이 함께 ‘장수’하기를 기원한다.

김태우·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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