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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개국 돌며 그림 그린 화가 "'되는 이유'에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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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6 19:00:00 수정 : 2019-06-26 10: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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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미래⑨] 화가·여행작가 꿈 이룬 김물길씨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이걸로 먹고 살아야지’란 확신을 갖지는 못 했었죠. 그런데 1년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하는데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게 저를 많이 바꿔주기도 했고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있는 경험을 하고 나니까 ‘앞으로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의 ‘나우미래’ 영상 시리즈 9회 주인공인 화가 겸 여행작가 김물길(31·사진)씨는 이같이 설명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22개월 간 세계 각국을 배낭여행하며 400여장의 그림을 그린 김씨는 “안 되는 여러 이유에 집중하지 말고, 확실히 되는 이유 하나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아트로드’, ‘아트로드, 한국을 담다’란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나와 우리의 미래, 지금(Now) 그리고 미래’라는 뜻의 나우미래는 교육부 미래교육위가 지난달부터 유튜브 채널 교육부TV에 순차적으로 올리고 있는 영상 시리즈다. 미래교육위는 위원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맞이할 미래와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 꿈과 희망 등을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유튜브에서 ‘교육부 나우미래’를 검색하면 재생목록을 볼 수 있다.

 

 

 

 

 

◆673일 간 5대륙 46개국 여행하며 그림 그려

 

오늘의 김씨를 만들어 준 계기는 대학교 3학년 때 떠난 국제캠프다. 첫 여행지인 프랑스에서 김씨는 일기장에 매일 본 것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는 “풍경, 사람들, 냄새, 음식 이런 게 너무 다르니까 ‘낯선 곳을 여행을 하다 보면 내 그림이 훨씬 풍성해질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어서 ‘세계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이후 2년 반 동안 돈을 모았다.

 

휴학을 한 뒤 여러 일을 하며 모은 돈 2500만원으로 김씨는 673일 간 5대륙, 46개국을 여행하면서 410장의 그림을 그리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처음 보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데,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러다 보니 더 당당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고, 나비효과처럼 나를 움직이게 되더라”고 전했다. 이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김씨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학교가 김씨를 마냥 기다려주진 않았다. 졸업 1년을 남기고 복학을 못 하면 제적이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그는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1년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여행의 순간을 더 누리는 게 인생에서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학교가 문제가 아니더라”며 웃어보였다. 처음에 반대하던 부모님도 김씨가 보낸 메일을 받은 뒤에는 김씨를 믿어주기로 했다고 한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김씨는 3년 정도 책을 내는 등 이런 저런 활동을 한 후 재입학해 9년 만에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때 그의 나이가 29살이었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거기서 댓글로 부모님과 대화도 하고, 그림이나 사진도 올렸는데 한 출판사 직원이 연락을 해줘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내가 만든 ‘이유’ 따라가 본 게 신의 한 수”

 

김씨는 처음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아까워서 그림을 다 쟁여놨는데 아무도, 심지어 나도 (그림을) 안 봤다”며 “‘어딘가에 걸려 있으면 두세 명이라도 이 그림을 볼 텐데 수십, 수백 개의 그림을 갖고 있어서 뭐하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다음 번 전시 때 그림을 엄청 저렴하게 팔았다”며 “내 그림을 사람들이 산다는 것과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충격적이면서도 좋더라”고 부연했다. 그는 “돈을 벌기 시작하니까 그림을 더 열심히 그렸다”며 “나는 내 그림이 분신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분신들이 곳곳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그림이 팔려나갈 수록 김씨는 다시 힘을 얻어 여행을 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그림을 팔아 돈을 벌었어도 기본적인 생활 유지만 가능했지만 ‘내 삶이 몇 십 년 남았는데 돈이 안 된다고 좋아하는 걸 포기하는 건 아까우니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해보자’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계속 나아갈 수가 있더라”며 “그러다 보니 조금씩 스스로가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뭔가를 하려고 할 때 하면 안 되는 이유와 되는 이유를 적어 보면 항상 안 되는 이유가 더 많고, 되는 이유는 몇 개 없다”며 “나는 되는 이유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렇게 내가 원하는 걸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에서 몇 가지 선택 정도는 되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게 어떤 뜬구름을 잡는 이유든 상관없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며 “잘 안 돼도 그런 경험들이 많이 쌓여야 더 확신 있는 어떤 결과물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또 “조금은 추상적이더라도 내가 만든 이유를 따라가 보는 게 정말 인생의 신의 한 수 같은 도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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