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향한 열정 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브라질인들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두 번의 ‘비극’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1950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한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이 패배 후 브라질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우승까지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 첫 비극 이후 무려 64년 후 자국에서 다시 열린 2014 월드컵 4강전에서 브라질은 또 한 번 비극을 겪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며 준결승까지 순항했지만 독일에 1-7이라는 역사적인 대패를 당한 것. 참패 경기장의 이름을 따 ‘미네이랑의 비극’이라 불리는 이 패배 이후 브라질은 또다시 침체기에 빠지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 등 메이저대회에서 8강 이상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은 여전히 비극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브라질에게 최근 자국에서 진행 중인 2019 코파 아메리카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때문에 부상 중인 에이스 네이마르(27·파리 생제르맹)를 제외한 베스트 멤버를 꾸려 우승컵 사냥에 나섰고, 조별리그 A조 첫 두 경기 1승1무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시작했다. 여기에 23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리치안스에서 열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페루를 5-0으로 대파하며 순항을 이어갔다. 전반 12분 만에 터진 카세미루(27·레알 마드리드)의 헤딩골에 이어 피르미누(28·리버풀)와 에베르통(30·뉘른베르크)이 연속 득점을 터뜨렸고, 후반에도 기세를 늦추지 않고 다니 아우베스(26·파리 생제르맹)와 윌리앙(31·첼시)이 득점을 추가해 대승을 완성했다. 과거 브라질에 비해 한층 안정적인 치치 감독의 축구스타일이 대표팀에 완벽히 팀에 녹아들어 조별리그 3경기에서 8득점 무실점의 훌륭한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다만, 여전히 불안감은 말끔히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브라질 대표팀이 메이저 대회마다 복병들에게 발목을 잡혀서다. 2011년과 2015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두 번 모두 8강에서 파라과이를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해 탈락한 바 있다. 2016년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페루에게 져 8강 토너먼트에도 나서지 못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이 불안감을 털어내는 것은 오직 승리뿐. 과연 브라질이 8강 토너먼트에서도 승리를 이어가며 ‘삼바군단’의 위용을 되찾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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