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신을 위해, 병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리는 한약을 찾곤 한다. 사실 한약 하면 ‘쓴 약’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사연도 많고, 이야기도 많다. 알고 먹으면 쓴맛이 덜하지 않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한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시작은 ‘금은화’ 이야기다.

개나리, 벚꽃, 철쭉. 우리에게 익숙한 봄 꽃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반갑다.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피어났다.
봄꽃들 중 단연 눈에 띄는 반가운 꽃은 인동화다. ‘인동(忍冬)’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겨울 추위를 잘 버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동화는 인동덩굴의 꽃봉오리나 막 피기 시작한 꽃으로, 늦은 봄인 5월부터 7월 사이 함경북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꽃은 입술 모양의 흰색 꽃이 2개씩 피고, 꽃의 색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한 줄기에 흰색 꽃과 금색 꽃이 모두 피기 때문에 ‘금은화’로도 불린다.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설화도 있다. 오랜 옛날 ‘금화’, ‘은화’로 불리는 예쁜 자매가 살고 있었다. 자매는 전염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을 극진히 간호하다 결국 자신들도 전염병에 옮아 죽게 되는데 자매의 무덤 위에 일찍이 본 적 없던 예쁜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 꽃을 쓰니 병에 걸린 사람들이 낫게 되면서 자매의 이름을 따서 ‘금은화’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얘기다.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금은화는 임금의 감기 처방에 사용되었다.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종기를 앓았을 때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대로 오면서는 종기 등에 붙이는 ‘이명래 고약’에 금은화가 쓰였다. ‘은교산’에도 금은화가 사용된다. ‘은교산’은 주로 목이 따가운 기침에 사용하는데, 과거 탕제로 마시던 것이 지금은 캡슐이나 정제, 과립제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금은화는 노란색, 흰색 꽃이 예쁘게 피는 특징이 있지만, 외관만으로는 다른 약재와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금은화와 비슷해 보이는 꽃으로는 ‘산은화’가 있다. 같은 인동과이기는 하지만 산은화는 ‘회전모인동’의 꽃봉오리로, 우리나라에서는 약재로 사용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외관이나 현미경 등을 통해 한약재를 구분하였다면 최근에는 한약재 고유의 유전자를 활용하고 있다. 식약처는 연구를 통해 금은화와 산은화에 각각 독특하게 존재하는 유전자 구간을 활용한 감별법을 개발해 업계에 제공함으로써 정확한 한약재가 유통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주말 나들이 길에 흰 꽃과 노란 꽃이 한 가지에 핀 금은화를 발견한다면 옆 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해보면 어떨까. 이 꽃은 왕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던 귀한 약재라고,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이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도움: 식약처 생약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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