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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발돋움 믿어"…봉욱 대검차장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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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0 15:07:10 수정 : 2019-06-20 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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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사공이 험한 바다를 헤쳐 나가듯 세찬 변화와 개혁의 물결 속에서 ‘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새롭게 발돋움할 것을 믿는다.”

 

봉욱(54·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0일 이런 소회와 함께 사의를 밝혔다.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봉 차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사직인사.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봉 차장은 글을 통해 1984년 법과대학 신입생 시절 사도법관 김홍섭 판사의 무상을 넘어서라는 수상록을 읽고 이 분 같은 법조인이 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처리하는 사건에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자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후배들 보기 부끄럽지 않게 처신하자 △빛나는 자리에 가려 하지 말고 가는 자리를 빛나게 하자는 다짐과 함께 26년 3개월의 검사생활을 했다고 회고했다.

 

또 “부족하고 미흡한 점도 많았고 그때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며 “서로 믿고 동고동락했던 검찰가족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 출신으로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봉 차장은 대학 4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또 연수원 19기 내에서도 우수한 성적이었던 점과 검찰에 투신한 점, 따뜻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닌 점 등을 이유로 동기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교됐다.

 

봉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부장과 대검 공안기획관, 법무부 인권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17년 대검차장으로 임명됐고 문무일 검찰총장을 보좌했다.

 

이하 봉 차장 글 전문.

 

[사직인사.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음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검찰가족분들께 작별인사 드릴 시간이 되었습니다.

 

1984년 법과대학 신입생 시절, 사도법관 김홍섭 판사님의 ‘무상을 넘어서’라는 수상록을 읽고 이 분처럼 법조인의 삶을 살면 좋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1989년 당시 서소문에 있던 서울지방검찰청에서 두 달, 서초동 신청사로 이사하여 두 달간 검찰시보로 근무하면서,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밤늦도록 진한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이 좋아 검사의 길을 택하였습니다.

 

군법무관 3년의 시간을 지내고 1993년 3월 검사로 임관하여 26년 3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초임검사 시절, 선배들의 가름 세 가지를 지켜가자고 다짐했습니다.

 

내가 처리하는 사건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자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훗날 후배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처신하자.

 

빛나는 자리에 가려하지 말고 어디든 가는 자리를 빛나게 하기 위해 노력하자.

 

여러 청을 거치면서 힘들고 답답한 상황도 적지 않았지만 선배들의 지혜와 조언을 잊지 않기 위해 애썼습니다.

 

재벌가 2·3세 주가조작 사건, 증권선물거래소와 코스콤 비위사건, 한화그룹 및 태광그룹 회장 비리사건, 고리원자력 발전소 1차 납품비리 사건, 현대중공업 납품비리사건과 울산교육감 비위사건을 수사할 때는 법리와 증거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되 억울함이 없는지 꼼꼼하게 챙기고자 애썼습니다.

 

만삭 의사부인 살인사건,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 건대 앞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과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사건들도 마음에 남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한마음으로 몰입하여 법에 따른 합당한 심판을 받게 하면서, 피해자와 사건관계인의 가족들에게 따뜻하게 배려하기 위해 마음을 썼습니다.

 

정책기획부서와 기관장으로 근무할 때는 ‘정의롭고 믿음직한 검찰, 따뜻한 인권검찰’을 지양하고자 벽돌 한 장 놓는 마음이었습니다.

 

변호인 참여제도 도입, 피해자 보호 시스템 마련, 검찰 전문 지식연구회 도입, 검사직무대리제도 도입을 위한 대통령령 제정, 범죄수익환수 전담반 신설, 대검 피해자 인권과 신설, 대검 국제협력센터 신설, 산업안전 중점대응센터와 사이버 범죄 중점수사센터 출범, 울산지검과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신축이사,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마련,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성안, 중재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었던 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싶습니다.

 

힘들고 숨 가쁜 상황에서도 같이 밤을 새워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 의기투합했던 선배, 동료, 후배 검사님들과 수사관님들, 실무관님들께 고개 숙여 참으로 고마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랜시간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니 여러 생각과 느낌들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부족하고 미흡한 점도 많았고, 그때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서로 믿고 동고동락했던 검찰가족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노련한 사공이 험한 바다를 헤쳐나가듯 세찬 변화와 개혁의 물결 속에서 ‘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새롭게 발돋움하실 것을 믿습니다.

 

저는 이제 미지의 새로운 길에서 검찰가족 여러분들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9.6.20

 

대검찰청 차장검사 봉욱 올림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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