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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기관 간부, 여직원에게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를 가지냐?"

입력 : 2019-06-20 06:00:00 수정 : 2019-06-20 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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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들이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사건의 특성상 신고와 공개를 꺼린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가해자를 직접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권고 수준 이상의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가해자 의무교육·인사조치 △공무직 직원 인권교육 △동일한 업무공간에 배치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피해자 유급휴가 및 심리치료 제공 △피해자 2차 피해 예방 등을 실시하고 있다. 

 

19일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실의 '2018 인권침해 결정례집'에 따르면 지난해 총 32건의 시정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직장 내 성희롱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격권 침해가 6건으로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종교의 자유침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도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들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통받고 있어

 

결정례집을 통해 공개된 직장내 성희롱 사례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시 위탁시설의 한 간부는 여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했다. 그는 시설 여직원을 뒤에서 들어 올리고 귓불, 배, 어깨와 뒷목 사이를 만졌다. 옆구리나 등을 만지고 얼굴을 부비고 안는 등의 행위를 하기도 했다. 여직원들은 성별, 연령, 근속년수, 인사권 등 우월적인 지위에 있던 해당 간부의 행동에 모멸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여성 주무관은 자신의 팀장과 저녁 식사 후 사무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팀장은 여성 주무관의 허리 오른편을 감싸 낚아채듯 뒤로 당겼다. 여성 주무관은 너무 놀라 뒤로 돌아서 "지금 뭐하세요 술 드셨어요"라고 항의했으나 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웃기만 했다. 

 

모 사업소 부장은 회식 후 함께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탄 여직원에게 키스를 하고 손과 어깨를 만졌다. 해당 부장은 택시에서 내린 후 여직원에게 2차를 가자면서 손을 잡기도 했다. 

 

한 사무소 직원은 업무시간에 여직원의 브래지어가 있는 부위의 등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여직원 브래지어 있는 부위의 등 만지고 머리 쓰다듬기도

 

언어로 인한 성희롱도 만연했다. 

 

시 산하 모 센터 간부들은 여직원들에게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를 가지냐", "남자친구가 삼각팬티 입냐 사각 팬티 입냐"라고 막말을 일삼았다. 

 

사무소의 한 주무관은 출장에 동행한 여직원을 남근카페에 데려가 "애인이 있냐, 부부관계는 어떠냐"라고 말했다. 그는 행사 물품 구입을 위한 해당 출장에서 이 여직원에게 속옷을 사 주기도 했다. 또 다른 상사는 여직원에게 "나랑 자볼래", "담당 주임이 발바닥을 핥아달라고 하면 핥아 줄 거냐"라고 발언을 했다.

 

 

여직원들은 2차 피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성희롱 가해자를 피해자와 인접한 곳이나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를 시켰기 때문이다. 또 업무관련 특별교육을 실시하면서 과거 성희롱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피해자의 이전 소속과 담당 업무 등이 공개됐다. 

 

한 장애인 복지관 원장은 직원 조회에 참석한 직원들에게 해고된 성희롱 행위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기도했다. 그는 성희롱 행위자를 두둔하는 표현으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고 사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 피해자 신원에 대한 비밀을 누설했다. 

 

◆노래방에서 여직원 볼에 뽀뽀, 치마 속으로 손 넣어 허벅지 주물러

 

서울의 한 자치구 직원은 직무연수 장소에서 여성 공무원에게 "유부녀와 잤다. 그 여자를 어떻게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회식 때 "안아 봐도 되냐"고 했고 노래방에서 해당 여직원의 볼에 뽀뽀하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주물렀다. 

 

그는 또 다른 여성 공무원에게 "비계가 빠지더니 몸매가 날렵해졌다", "여자 주임 보니까 여교사 강간 사건이 생각난다"라고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성희롱 당사자들을 두둔하거나 외부에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회유하는 사례도 있었다. 

 

모 사업소 대표는 여직원 대상 직원특별교육에서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 "그 분이 나쁜 뜻으로만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가 든 남자는 좋은 뜻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희롱 피해신고와 관련해선 "조직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여러분에게도 좋지 않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다른 곳에 알리지 말고 나에게 알려라"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영향으로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들이 이제는 말하기 시작했다"며 "시민들의 인식도 달라져 성희롱 사건에 대해 누구나 2차 피해를 말하는 것이 당연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3년 서울시정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구제하는 시민인권보호관 제도를 전국 최초로 설치·운영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시민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인권 옴부즈퍼슨이다. 이들은 서울시 관할기관이나 시설 등에서 업무와 관련된 인권침해를 조사한다. 인권침해에 대한 권고, 제도개선 등 시정방안을 시장에게 권고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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