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에 따라 주택가격의 동조화 현상이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것은 국내외 경기의 영향에 따라 각 정부가 마련한 부동산대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역대 정권은 글로벌 경기 변동과 주택시장 불안 정도에 따른 다양한 부동산대책을 시행했고, 주택시장도 이들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 변화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일관된 ‘주택시장 과열 억제’ 기조로 해석된다. 지난해 발표된 ‘9·13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자 서민 주거와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 9·13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됐고,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진정됐다. 다만, 서울 강남3구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와 교통 여건 개선 등의 여파로 인근에 위치한 분당신도시가 포함된 성남시의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은 ‘주택 매매가격 변화 간의 동조화 분석’ 보고서 분석처럼 서울과 성남시의 동조화 경향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선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다시 반등 조짐을 보여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주 8개월 만에 강남구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했다고 공표했고, 민간기관인 부동산114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0.19% 오르면서 반년 만에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0.01%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동조화가 강화된 박근혜정부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주택정책 방점을 찍었다. 박근혜정부 때 저금리와 각종 규제 완화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신규 주택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동시에 재고주택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증가하는 등 주택경기가 호조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전세가격의 상승과 월세전환 가속화로 임대차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거 불안이 지속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출범한 이명박정부도 주택시장 규제를 계속해서 풀었다. 강남 3구 주택투기지역 해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조치 등의 잇단 부양책을 펼쳤지만 주택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앞선 참여정부는 급등하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12차례 이상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시장경제 원리를 배제하고 투기수요의 인위적 억제를 위한 규제강화와 그 규제의 지속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문재인정부가 서울의 집값을 잡기 위해 출범 초기부터 속속 시행 중인 종합부동산세 확대 및 양도소득세 중과,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통한 대출 제한 등이 모두 이때 도입된 대책들이다.
특히 참여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급등 지역인 이른바 ‘버블 세븐’(서울 강남3구,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안양시 평촌신도시·용인시)을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 강력한 규제가 지속했지만, 이들 지역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올랐고, 지역·소득수준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등의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참여정부 때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동조화가 유독 강하게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과 내성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