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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 움직임까지 체크 … 육군 간부 선발 ‘AI 면접관’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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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9 06:00:00 수정 : 2019-06-19 15: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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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만여명 시험평가 거쳐 2022년 전면 도입 / 다양한 게임으로 성향 테스트 / 취약점 파악해 핵심질문 던져 / 장소 제약 없이 응시가능 장점 / 객관성 살리고 비용 절약 효과 / “기능적 면접 그칠 가능성 있다” / 일각, 윤리적 문제 초래 등 지적

“처음 부사관으로 군생활을 시작하면서 병사들과의 소통이 잘되지 않았고, 업무 처리 과정에서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병사들과의 소통을 위해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 심리상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8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군인아파트. 활동복 차림의 정수연 하사가 자신의 방 책상에서 노트북에 달린 카메라를 보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정 하사의 대답이 끝나자 스피커에서는 장·단점, 지원동기 등 기본적인 사항을 묻는 질문이 이어져 나왔다.

육군 간부 모집에 응한 지원자의 발언을 육군 인공지능(AI) 면접체계가 확인·분석하고 있다. 육군 제공

올해 장기복무를 신청한 정 하사는 이날 자신의 방에서 면접에 임했다. 육군이 이달부터 시험평가를 시작한 인공지능(AI) 기반 면접이었다. AI 면접은 국내 공공기관이나 기업 700여곳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군에서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본적인 질의·응답이 끝나자 정 하사의 노트북 화면엔 ‘풍선 불기’ 게임이 등장했다. 마우스를 클릭하면 풍선이 점점 커지는데 터지지 않을 정도로 크게 부는 게 목표다. 이 게임은 면접자가 도전적인지, 안정적인지 혹은 충동적인지 등의 성향을 평가하기에 제격이다. 이외에도 인물사진을 보여주며 표정을 묻는 질문 등 게임 형태의 측정 도구들이 등장했다. 간혹 상황질문도 나왔다. 이게 끝이 아니다. AI는 면접자의 취약점 등을 파악한 듯 면접 인터뷰 말미엔 이와 관련된 핵심질문을 제시했다. 여기까지 걸린 면접시간은 1시간이었다.

 

면접을 끝낸 AI는 정 하사의 대답에 적절한 단어가 사용됐는지, 얼마나 분석적인 문장이 사용됐는지 등을 ‘빅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했다. 정 하사가 질문에 자신감 있게 대답했는지를 알 수 있는 목소리 톤이나 표정, 동공의 움직임 등을 살피고, 게임 상황에서 머뭇거렸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클릭 반응 속도 등도 체크했다. AI는 웹캡과 마이크를 통해 1시간 동안 정 하사를 관찰한 내용을 모두 분석해 종합 결과를 내놓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특성을 숙지한 면접관들은 국가관과 안보관, 인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2단계 면접에서 최종적으로 옥석을 가려낸다.

김권 육군인사사령부 인재선발지원처장(준장)은 “AI 면접체계 도입으로 기존의 인재선발 평가방법보다 더욱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지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배치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육군의 인재선발과 관리 전반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면접 질문의 패턴화나 기출문제를 담은 ‘족보’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또 군사보안을 책임지는 간부 군인을 대상으로는 심층 인터뷰를 고수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기계에 사람의 평가를 맡긴다’는 윤리적 문제점도 야기할 수 있다.

 

육군 관계자는 “윤리적 문제점은 인공지능 면접결과를 활용해 면접관들이 직접 최종 판정을 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시험평가 기간 인공지능 면접체계의 적합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고 보완할 부분도 찾아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육군은 올해 정 하사와 같은 장기복무 지원 부사관 외에도 학사장교, 육군사관학교 신입생, 부사관학교 입교자 등 1만여명을 대상으로 AI 기반 면접 시험평가를 거친 뒤 2022년부터 시스템을 전격 도입할 예정이다.

 

고양=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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