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사님은 지성과 사랑 역사의식과 비전을 지닌 이 시대의 여성운동가, 사회운동가이시며 민주주의 인권운동을 위한 역군으로 시대정신을 온몸으로 살아내신 분, 이 땅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심초사하셨습니다. 고령이셨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 남북의 길이 다시 열리기를 고대했습니다.”
장상 장례위원장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의 장례 예배의 추도사에서 여성인권운동가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반자로서 생을 살아온 이 여사의 생을 기렸다. 오전 7시 이른 시간에 시작된 장례 예배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등 정관계 인사와 일반시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장례 예배는 이날 오전 신촌연세세브란스병원을 출발한 운구차가 6시 40분쯤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장 위원장은 “여사님은 행복한 가정에 태어나서 역사의 풍랑 가운데서도 국내외적으로 훌륭한 교육으로 지도자의 역량을 준비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축복을 이 땅의 어려운 현실 앞에 아낌없이 헌신하는 삶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그것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결혼”이라며 “말할 수 없이 험난한 세월을 살아야 했으나 남편은 물론 가족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돌보며 함께 고통을 이겨냈다”고 회고했다.
여성 인권운동에 앞장선 이 여사의 행적을 기리는 추도사도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 때 첫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신낙균 전 장관은 “여사님이 떠나시는 오늘 돌이켜보면 여사님은 해방 이전 여성 지위가 억압당하던 시기에 신앙과 고귀한 인품을 갖춘 선각자였다”며 “우리 사회 초기 전문직 여성으로 한국 YWCA(여자기독교청년회) 총무셨던 여사님은 참으로 멋있고 당당하셨다. 후배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여성운동가이셨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여사님이 영부인보다 여사라는 호칭을 더 선호했다”며 “댁에 문패가 나란히 걸려있었든 두 분은 동지의 길을 걸으며 차원 높은 부부관계를 잘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민족평화를 위한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헌신을 기리는 추도사도 뒤따랐다. 이 총리는 “남편은 분단 사상 최초 남북정상회담 실현하셨다. 우리 국민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이었다”며 “어떤 외신은 노벨평화상 절반은 부인 몫이라고 논평했다. 유언에서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과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 여사님의 기도를 받아주시리라 믿는다”고 기도했다.
1시간 15분가량 열린 장례 예배가 마친 뒤 이 여사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격동을 함께 견디며 지냈던 동교동 자택으로 향했다. 이 여사는 현충원 추도식 후 김 전 대통령 묘역에 나란히 묻힌다.
이창훈·곽은산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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