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12일로 1년이 된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경색 국면이 해소될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졌지만 국제사회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100일 가까이 북·미 대화는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북핵 협상이 1년 전의 상황으로 복귀했다는 비관적인 분석마저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남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동력을 살리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남북회담으로 북·미 대화 열려는 정부
북·미 대화 재개가 지연되면서 우리 정부는 6월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촉진 외교’를 가동한다는 방침으로 접근해 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9일 방송 인터뷰에서 남북회담 추진과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는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면서도 “하노이 회담 이후에 북·미 정상회담을 재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께서도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조기에 북·미 정상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와 달리 북한은 남북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반응은 북·미 대화가 우선이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하노이 회담이 ‘단계적 비핵화’와 ‘포괄적 비핵화’라는 북·미 사이의 입장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냈고, 이후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은 채 자신들의 요구대로 판을 만들기 위해 저강도 도발, 비난 성명 등 여러 대미 압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장관이 이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회담 조기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 것은 이런 정황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의 추가적 대북 인도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검토 대상이다. 그는 ‘지원 품목이 쌀이냐 다른 곡물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남는 쌀이 130만t 정도”라며 “창고보관료만 1년에 4800억원 이상 지출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대화 재개는 연말돼야 가능”
북·미의 본격적 대화 재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이 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스스로 정한 시기를 먼저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해결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당장 남북정상회담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의 중요 화두는 무역분쟁을 비롯한 미·중 분쟁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향후 변할 수 있고, 이 점이 오히려 북핵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G20을 계기로 미·중이 극적 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중국이 지금까지와 달리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에 일부 비협조적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고, 북한은 이를 지켜보다가 6월 이후에야 입장을 정해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 의도적으로 북핵 문제에서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여전히 우세하다.
홍주형·조병욱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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