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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예술가의 삶 그려냈지만 졸라, 세잔과 30년 우정 잃다

입력 : 2019-06-08 01:00:00 수정 : 2019-06-07 19: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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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권유현/을유문화사/1만8000원

작품/에밀 졸라/권유현/을유문화사/1만8000원

 

19세기 말 유럽 예술가들의 삶과 현실을 묘사한 에밀 졸라의 작품이다.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 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 19세기 프랑스의 자연주의 소설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유명작가였다. 섬세한 인간심리 묘사와 자연미를 적절히 구사한 유대인 작가였다. 졸라는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일약 파리의 유명작가 대열에 합류한다.

특히 폴 세잔이라는 당대 최고 인상파 화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 소설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1840년 파리에서 출생한 졸라는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돈독한 우정을 나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졸라와 세잔의 우정은 깨지고 만다. 세잔은 이 책을 헌정받은 후 졸라에게 짤막한 감사의 답장을 보내고는 30년 이상 우정을 끊어버렸다.

졸라는 화가와 조각가 등 예술가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키며 창작에 얽힌 여러 심리적 내용을 밀도 있게 부각하려고 했다. 예술가들이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창조행위에 몸담은 사람들로 묘사하면서, 필연적으로 신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를테면 인간 위에 군림하는 예술의 위력은 인정하지만 결코 신에게는 맞설 수 없는 인간을 의미했다.

당시 천재 화가로 칭송받았던 세잔이 졸라와의 우정을 끊어버린 이유도 이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졸라가 이 작품에서 표현하려는 진정한 목적은 예술가가 창작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조명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 파리의 비평가들은 이 소설에 대해 실재와 허구를 넘나드는 인상파 화가들의 삶을 조명한 걸작으로 평했다.

소설에서 졸라는 오직 야외 살아 있는 빛 아래 보이는 자연만이 진실한 모습이라 믿었다. 그 자연의 정직하고 생생한 모습을 자신의 소설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시대를 앞서간 진취적인 작가였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동료들에게는 인정받지만 사회로부터는 버림받고 광기에 휩싸인 채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작가로 그려졌다. 바로 에밀 졸라 자신의 모습이었다. 19세기 후반 유럽 인상파 화가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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