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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 VS 병맥주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19-06-08 19:00:00 수정 : 2019-06-12 13: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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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계절, 여름이 본격적으로 다가왔다. 땀 흘린 날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날아가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병맥주는 업소용, 그리고 캔맥주는 가정용으로 많이 팔리는데, 사람에 따라 기호가 엇갈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둘의 맛은 같은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둘의 원액은 같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 둘의 맛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자외선이 강한 곳은 캔맥주가 우위라고 할 수 있다. 발효주는 자외선에 민감하다. 맛을 바꾸기 때문이다. 와인셀러 등이 빛이 없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알루미늄으로 된 캔맥주는 빛을 완벽히 차단한다. 자외선이 침투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도만 잘 유지되면 캔맥주는 시간이 지나도 초기의 맛을 가장 잘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질문과 같이 병맥주와 캔맥주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냐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이 없다.

그렇다면 맛에 영향을 주는 온도가 들쑥날쑥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에서는 병맥주가 유리하다. 병이 두꺼워 온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병맥주의 두께는 3㎜ 정도, 캔은 0.13㎜ 정도다. 두께까지 생각하면 열전도율이 5000배나 차이 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알루미늄캔은 열전도율이 높다. 그래서 냉장고에 넣어놓으면 캔맥주가 훨씬 빨리 시원해진다. 다만 캔맥주에 금속 맛이 느껴진다는 소비자가 있다. 30년 전에 생산된 캔맥주에나 적용되는 부분이다. 현재의 캔맥주 용기 안에는 특수한 코팅 처리가 돼 있어 금속과 맥주가 직접 맞닿는 부분이 없다. 금속 맛이 난다고 하는 경우는 금속 맛이라기보다는 입술에 닿는 촉감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또 같은 원료인데 캔맥주가 탄산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소비자들이 있다. 이것은 뚜껑을 열었을 때 얼마나 탄산이 많이 빠져나가는지에 좌우된다. 즉, 병맥주는 잔에 따르는 순간 탄산이 일부 새어나가지만, 캔맥주는 바로 입으로 들어가는 만큼 탄산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병맥주가 캔맥주보다 관리비용이 더 든다. 이것은 단순히 병값뿐만이 아니다. 병이 무겁고 또 파손의 염려가 크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 수출도 병맥주보다는 캔맥주가 편하다. 다만 한국의 맥주는 병을 재활용하고 있는 만큼 병 자체의 원가는 10% 전후로 낮아진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캔맥주가 비용이 더 든다. 병맥주는 색을 보며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맥주의 황금색과 흰 거품 등을 즐기며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캔맥주를 잔에 따라 마신다. 그리고 탄산이 살짝 나가다 보니 맛이 부드러워진다는 평도 있다. 늘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고 잔에 따라 마신다면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더 나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묵직한 그 병맛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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