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 경찰 경정의 계급정년을 4년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경찰 조직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대, 간부후보생 비율이 높은 경정의 정년만 연장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고 가뜩이나 꽉 막힌 하위직의 인사적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경찰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경찰 하위 계급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개정안은 일선서 과장급인 경정의 계급정년을 14년에서 18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계급을 달기 위해 경정이 과도한 승진 경쟁에 내몰리고 이에 따라 직업 안정성을 해칠 수 있어 정년을 늘리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근속 승진 문제는 내버려둔 채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만을 위한 개정안이라는 비판 여론이 하위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위부터 시작하는 경찰대 출신의 경우 본청, 지방청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경정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올해 4월 기준 전체 경정 수는 2784명으로 이 중 일반(순경‧경장‧경사 채용)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51.09%(1397명)이고, 경찰대 출신은 30.94%(846명), 간부후보생 출신 17.44%(477명)이다. 전체 경찰 인원 12만3131명에서 경찰대와 간부후보생이 각각 2.59%, 1.13%인 것을 감안하면 경정급에서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비율이 유독 높은 셈이다.

아울러 하위직의 인사적체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경찰공무원 경정 계급정년 연장법안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일선 경찰서 과장급의 정년을 연장하면 인사적체만 가속화되고 반사이익은 경찰대 출신들만이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하위직에 인사적체가 많은 상황에서 경정 계급정년을 4년 연장하는 건 굉장히 많이 늘리는 것이다”며 “경찰에 채용되는 사람이 거의 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오는 데 경찰대만을 위한 개정안에는 찬성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정 내 승진 과열 문제보다 대다수 경찰이 절감하고 있는 근속 승진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급인 경감까지 승진이 가능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지만 30%만 경감까지 올라가는 등 사실상 근속 승진 제도가 유명무실화 돼 있는데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근속의 개념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승진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30%만 이에 해당해 다시 경쟁을 해야 하는 등 하위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정의 고충만큼 나머지 하위직이 겪는 문제도 동등한 시선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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