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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망가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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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31 22:22:24 수정 : 2019-05-31 22: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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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유럽 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이 파리이고, 그곳에서 반드시 한번 보고 오는 건축물이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그 성당이 지난 4월 화재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충격과 슬픔에 잠겼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3세기 교회 건축물로, 그 시대의 사회적·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중세 후기에 도시가 발생하고 상업 및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현실주의적이며 감각적인 사고가 나타났다.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종교적인 장엄함뿐만 아니라 우아하고 세련된 형태가 선호됐으며, 복잡한 양식이나 문양이 사용되기도 했다. 인간적인 것에 대한 불신이 사라져 가면서 인간이지만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가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의 결합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성당 이름에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노트르담’이란 명칭이 붙게 된 이유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건축양식은 고딕 양식으로 전 시대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대조를 이룬다. 로마네스크 양식을 대표하는 피사 대성당은 육중한 돌벽과 돌기둥과 작은 창문이 특징이다. 마치 전투를 위한 요새처럼 보이는데, 사람들이 교회를 악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장소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고딕 양식은 가느다란 기둥이나 철을 사용해서 넓어진 벽에 창문을 만들고, 그 위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했다. 사람들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들어오는 오색영롱한 빛을 통해 종교적인 신비감을 느끼고, 교회를 안식과 환희를 얻는 천상의 도시로 생각하게 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 맞추어 5년 내에 복원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우려의 의견도 나온다. 현대적인 계획안과 전통적 모습을 살리는 계획안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고, 파리 특유의 색이 된 크림색의 석회암을 구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어찌 됐든 옛날 모습이나 과거의 정신과 종교적 의미를 다시 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무엇이든 한번 망가지면, 원래 모습은 물론 그 안의 정신성마저 흔들린다는 교훈을 생각하게 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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