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숫자로 가치가 매겨지는 사회 성과위주 통치, 삶을 지배하다

입력 : 2019-06-01 01:00:00 수정 : 2019-05-31 19:39:56

인쇄 메일 url 공유 - +

알랭 쉬피오/박제성/한울아카데미/3만9500원

숫자에 의한 협치 / 알랭 쉬피오/박제성/한울아카데미/3만9500원

 

법치국가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이상에 근거한다. 그런데 지금 현대 국가는 만인이 숫자로 가치가 매겨지고 그에 따라 대우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수치의 합리성’으로 교체되는 듯하다. 경제 영역뿐 아니라 학문을 포함한 모든 영역이 측정되고 숫자로 표현된다. 숫자에 의한 통치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조직·국가·국제 관계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신자유주의와 사이버네틱스 철학은 숫자에 의한 통치를 가져왔다. 숫자로 환원되는 성과 위주의 통치는 숫자의 지배와 인위적 예속관계로 귀결되고 있다.

저자는 ‘콜레주 드프랑스’에서 명강의로 유명한 알랭 쉬피오(Alain Supiot) 교수다. 이 책에서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적절한 기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바람직한 통치 질서와 정의로운 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2012년에 콜레주 드프랑스에서 법학 분야의 석좌교수로 선출되어 현재 ‘사회국가와 세계화: 연대에 관한 법학적 분석’ 강좌를 맡고 있다. 그는 2007년 낭트고등과학연구원을 설립하여 2013년까지 원장을 지냈다. 콜레주 드프랑스는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해 최고의 강의를 제공하면서도, 학위를 주지 않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1530년 설립된 콜레주 드프랑스의 강의는 누구든 조건 없이 들을 수 있다.

세계에서 폼잡는 학자들은 이 대학에서 강의하고 싶어 한다. 롤랑 바르트, 미셸 푸코 등 석학들이 이곳에서 강의했다. 여기에서 행한 강의록은 명저로 탄생하곤 한다. 강의는 홈페이지(www.college-de-france.fr)에서 찾아볼 수 있다.

책에서 알랭 쉬피오는 “오늘날 비인격적 통치 모델로서 법치를 수에 의한 통치로 변화시킨 동력은 이윤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작동하는 신자유주의 체계”라면서, “인간의 자의성을 완전히 제거한 통치는 인간을 더욱 자유롭게하기보다는 생산성과 효율성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풀이한다.

그는 신학 철학 경제학을 넘나드는 수준 높은 법학 담론을 펼쳐낸다. “근대국가의 통치에서 철학적 기초가 된 서양의 개념들을 인류보편적인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탁월한 지적이다. 그러면서 서양과는 다른 철학의 법제국가인 중국과 아프리카를 예로 든다.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법철학 이념이 우리 시대에 만들어진 개념이며, 사회적 필요와 구성원들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