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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꾀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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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31 00:21:56 수정 : 2019-05-31 00: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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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겨울을 나고 4∼5월이면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번식을 하는 여름철새로는 제비, 백로, 흰눈썹황금새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뻐꾸기와 꾀꼬리는 울음소리가 우리에게 친숙한 종이다.

우리나라의 새 중에서 외관과 울음소리가 모두 아름다운 새를 꼽으라면 단연 꾀꼬리를 들 수 있겠다. 꾀꼬리의 몸 크기는 26㎝ 정도이며, 온몸이 황금빛이어서 금의공자, 황금조, 황조, 황리, 황앵 등 많은 이름을 갖고 있으며 눈 주위부터 뒷목까지 검은색이어서 검은 가면을 쓴 쾌걸 조로를 연상케 한다. 울음소리는 매우 특이해 예로부터 노래를 잘 부르거나 목소리가 좋은 사람을 꾀꼬리에 비유하곤 한다.

꾀꼬리의 영명은 Oriole 인데 미국 프로야구팀 중에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구단이 위치한 메릴랜드주의 상징새인 꾀꼬리를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꾀꼬리는 유라시아 대륙의 꾀꼬리와는 분류학적으로 전혀 다르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로 진화했기에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수렴진화의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 눈에 띄는 화려한 외관과 아름다운 목소리 덕분에 황조가를 비롯한 여러 문학작품에 등장하지만 실상은 그다지 온순한 성격은 아니다. 나뭇가지에 마른 풀을 엮어 바구니 모양의 둥지를 매달 듯 짓고 4∼5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새끼가 부화하게 되면 꾀꼬리는 성질이 사나워지기 시작한다. 실제 물리적인 충돌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머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리꽂다가 충돌직전에 급상승하는데 이때 ‘끄악’ 하는 특유의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향수’로 널리 알려진 시인 정지용은 ‘꾀꼬리와 국화’라는 수필에서 서울살이에도 꾀꼬리 소리를 듣고는 멀리 전남 장성에 사는 친구를 서울로 초대해서 함께 그 가락을 즐겼다고 한다. 꾀꼬리의 아름다운 선율을 즐길 기회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번 주말에는 꾀꼬리를 핑계로 친구에게 연락해 보는 건 어떨까.

김진한·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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