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어제 새벽에 전해진 우리 영화의 쾌거다. 한국 영화 사상 첫 황금종려상 수상이다. 칸영화제는 독일 베를린영화제,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한국 영화의 작품성과 독창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봉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매우 영예로운 일로 한류 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축하했다.
봉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인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다룬 블랙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지구촌의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 문제를 봉 감독 특유의 유머와 휴머니즘적 시각으로 풀어내 공감을 얻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은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며 “한국을 담은 영화이지만 동시에 전지구적으로 긴급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의식과 디테일에 강한 연출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에 이어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이며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2013년엔 ‘설국열차’로 할리우드에 진출했고 2017년엔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영화 플랫폼을 확장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와 폭넓은 작품세계가 “열두 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봉 감독 수상 소감)을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올해는 한국 영화가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한국 영화는 그동안 열악한 환경을 딛고 큰 성과를 거둬 왔다. 거대자본을 앞세운 미국 직배 영화에 치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천만 관객이 몰리는 한국 영화가 드물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생충’은 한국적인 이야기가 세계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봉 감독의 이번 수상이 한국 영화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도록 영화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도 영화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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