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슬람국가(IS)와의 내전에도 공사 현장을 지킨 현대건설의 신뢰에 이라크 정부가 통큰 선물로 화답했다. 현대건설이 올해 첫 수주로 이라크에서 3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초대형 해수공급시설 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현대건설이 22일 이라크에서 총 24억5000만달러(약 2조9249억원) 규모의 해수공급시설 공사 낙찰의향서(LOI)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24억5000만달러 모두 현대건설 몫이다. 또 이 금액은 2018년 현대건설 연결 매출액의 17.48%에 달하는 규모다.

공사는 이라크 석유부 산하 바스라석유회사가 발주한 바스라 남부 유전의 원유 증산을 위한 해수처리 플랜트 프로젝트다. 플랜트가 완공되면 유정(油井)에 주입할 하루 500만 배럴 용량의 물 생산이 가능해진다. 유정을 뚫어 석유를 채굴할 때는 빼낸 기름만큼 부족해진 지하 압력을 맞추기 위해 물을 넣는데 이를 위한 시설을 만드는 공사다.
이번 실적은 현대건설과 이라크의 오랜 신뢰관계에 한·이라크 정부의 공조를 더해 따낸 것이다. 갈수록 국내 건설업체의 수주가 줄고 있는 해외건설 현장에서 가뭄에 단비 같은 낭보라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지난 두 차례의 이라크 전쟁에서 현장을 지키는 뚝심을 보였다. 그동안 현지에서 선보인 양질의 플랜트 공사 실적과 우수한 기술력이 이라크 정부와 발주처의 전폭적 신뢰를 얻었다. 현대건설은 1977년 바스라 하수도 1단계 공사를 시작으로 이라크에 진출한 이래 알무사임 화력발전소 공사, 북부철도, 바그다드 메디컬시티,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 등 총 39건, 약 70억달러(7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현재는 약 60억달러(6조8000억원)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2014년 수주해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짓고 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수주를 지원했다. 지난 1월 이라크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병도 이라크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이 대통령 특사로 방문해 한·이라크 우호관계를 강화했다. 4월에도 특사단은 이라크를 다시 찾아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측면 지원했다. 현대건설에서 해외 부분을 총괄하다시피 하는 정진행 부회장도 특사단과 동행했다.

이번 수주로 현대건설의 올해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24조1000억원(해외 13조1000억원),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난 1분기 현대건설은 매출 3조87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6% 늘렸다. 1분기 당기순이익도 1560억원으로 전년대비 11.3% 증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 첫 포문을 열며 목표 달성을 위해 전통적 수주 우위 지역인 중동·아시아 지역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시장다변화 전략을 통해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며 “가스, 복합화력, 매립, 항만, 송·변전 등 경쟁력 우위 공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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